역시 홈런 한 방이다. 홈런은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때론 승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4일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그랬다. 나바로(삼성)의 동점 홈런으로 삼성이 흐름을 타는가 했는데 강정호(넥센)의 결정타가 터졌다.
■1위-이승엽 동점, 마해영 끝내기(2002년)
마법에 걸린 삼성의 저주가 풀렸다. 원년(1982년) 이후 이어진 한국시리즈 7전 전패의 악몽. 삼성은 마침내 LG를 상대로 7전8기의 신화를 썼다. 삼성이 3승2패로 앞선 6차전. 9회 말 LG에게 6-9로 뒤져 있었다. 그때까지 20타수 2안타로 부진하던 이승엽이 이상훈을 상대로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대구구장 관중들의 환호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2위-나지완 9회 말 끝내기 포(2009년)
피를 말리는 승부였다. 체력은 바닥나고 정신력은 희미해졌다. KIA와 SK는 7차전마저 엎치락뒤치락 난타전을 벌였다. KIA는 초반 1-5로 뒤졌으나 나지완과 안치홍의 홈런, 김원섭의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의 분위기가 무르익던 9회 말. 나지완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3위-김유동의 만세 홈런(1982년)
하필 또 이선희(삼성)였다. 역사적인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서 이종도(MBC 청룡)에게 연장 10회 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허용한 이선희. 이번엔 한국시리즈서 9회 초 김유동(두산·당시 OB)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만루 홈런이 아닌 만세 홈런이었다.
■4위-뒤바뀐 타선 유두열의 역전포(1984년)
유두열(롯데)은 17타수 1안타의 슬럼프였다. 롯데 강병철 감독은 유두열을 6번으로 내렸다. 그런데 전달 사고가 나고 말았다. 유두열은 7차전서 예전처럼 버젓이 5번에 기용됐다. 롯데가 3-4로 뒤진 8회 초 유두열은 재일동포 김일융으로부터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다.
■5위-퀸란의 혼자서 올린 6타점(2000년)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대는 두산에 내리 3연승을 했다.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그런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끈기의 두산이 야금야금 이기더니 어느새 3승3패가 됐다. 7차전은 톰 퀸란(현대)의 독무대였다. 1-2로 뒤진 4회 두산 조계현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어 8회엔 쇄기 솔로 홈런포까지. 7차전 현대의 6타점을 혼자서 쓸어 담았다.
■6위-이종범 해태의 마지막 우승(1997년)
1승 1패로 맞선 3차전은 당연히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1-1 동점이던 7회 LG는 최강의 승부수를 띄웠다. 앞선 타석에서 동점 홈런을 때린 이종범(해태). LG는 에이스 이상훈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종범의 연타석 홈런을 막지는 못했다.
■7위-우즈 비거리 145m 초대형포(2001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7번째 비극. 시즌 맞대결에서 삼성은 두산에 12승7패로 우위였다. 더구나 한국시리즈 9전 전승의 김응룡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흑곰 타이론 우즈가 문제였다. 삼성은 6차전서 1회 2점을 선취했다. 우즈가 5회 말 잠실구장 꼭대기를 맞히는 역전포로 곧바로 반격.
■8위-김준환 해태 전성시대 예고(1987년)
홈런에 홈런으로 응수했다. 해태가 2연승으로 앞선 3차전. 삼성 이만수가 1회 2점 홈런을 날렸다. 완벽한 초반 기선제압. 하지만 해태는 5회 말 김준환의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김준환은 4차전서도 0-1로 뒤진 2회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9위-박정권 SK 마지막 우승(2010년)
SK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해태(1986~1989년) 이후 두 번째. SK는 삼성에 4전 전승 스윕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6번째 스윕. 삼성은 그 가운데 3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승부는 기세 싸움인 1차전서 갈렸다. 삼성이 5회 초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SK는 5회 말 재역전에 성공한 후 6회 박정권의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10위-최형우 삼성의 한을 풀다(2012년)
삼성엔 한국시리즈 만루 홈런의 악몽이 있다. 1982년 OB 김유동에게, 2001년 두산 김동주에게 각각 만루 홈런을 맞고 패했다. 2012년엔 SK를 상대로 빚을 갚았다. 최형우는 2차전서 3회 SK 선발 마리오에게 만루 홈런을 뽑아냈다. 삼성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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