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무역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2) 실물 아닌 신용거래의 한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9 17:27

수정 2014.11.09 17:27

[무역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2) 실물 아닌 신용거래의 한계

"무역금융은 실물거래가 아닌 서류거래이기 때문에 무역금융에 관계된 당사자들이 작심하고 서류를 위조하면 모뉴엘 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시중은행 관계자)

무역금융의 기본은 신용이다.

수출, 수입업자, 은행, 선적회사, 관세청 등 무역 금융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서로 주고받는 서류를 믿고 거래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든 기업이든 국경을 통해 이동하는 제품을 일일이 모두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용을 바탕으로 한 서류를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된 서류를 완벽하게 위조했다면 무역금융에 관련 있는 당사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무역결제 방식이 신용장 거래에서 신용을 중시하는 송금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당사자들이 지급불능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나 지금이나 무역금융은 항상 위조서류 등 사기에 노출돼 있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부담은 신용장보다 송금방식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송금방식 변화…리스크 노출 커

과거 무역금융의 핵심은 신용장이었다.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그리고 은행 두 곳이 거래 당사자가 된다.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는 실물을 움직이고 은행들은 돈을 담당했다. 신용장은 일종의 보증서다. 수입업자는 거래은행에 의뢰해 자신의 신용을 보증하는 증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상대국 수출업자에게 보낸다.

수출업자는 이를 바탕으로 수출지 은행에 신용장을 제출하고 수출 대금을 받게 된다. 신용장을 바탕으로 한 무역금융 사기가 일어났을 경우 수입지의 은행은 피해를 보게 되지만 수출지의 은행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이 국내 은행에서 신용장을 개설하고 수출자로부터 제품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수입자는 다이아몬드 수입 계약을 했지만 수출자가 돌멩이를 보냈을 경우 수출지의 은행과 수출자는 물품 대금을 받게 된다. 대신 국내 기업과 국내 은행은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은행의 경우는 수출, 수입 신용장 거래를 하기 때문에 수입할 때는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수출할 때 사고가 나는 경우는 피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신용장 거래에서 송금방식으로 무역금융이 변화하면서 은행들의 위험 노출은 더욱 커졌다.

신용장은 은행 두 곳이 무역금융에 개입하지만 송금 방식은 은행 한 곳만 관여한다.

모뉴엘 같은 경우 국내 은행이 위조서류를 바탕으로 한 수출환매입어음을 매입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수입자가 돈을 보내지 않고 수출자가 잠적해 버리면 그 손해는 은행에 그대로 전가된다. 수출자든 수입자든 일방이 잠적하거나 두 곳이 동시에 사라져버리면 은행이 구매한 수출환매입어음은 휴지 조각이 돼 버리는 것이다.

■신용장 거래 줄어들어

금융권에서는 신용장 거래가 송금 방식보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거래비용과 신용거래가 증가, 무역금융 규모 확대 등으로 신용장보다 송금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의 경우 지난 1999년 송금 방식 비중(40.8%)이 신용장 방식(31.1%)을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2012년에는 송금 방식 비중이 63.3%이며, 신용장 방식은 13.7%로 하락했다. 수입의 경우 역시 1998년 16.4%에 불과했던 송금 방식 비중이 2012년 69.5%로 증가했다. 송금 방식 확대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있다. 일단 반복적인 무역거래에 거래 기업들 간의 신뢰 누적, 소량·수시거래 확대, 신용장의 복잡한 거래절차와 비용부담이 그것이다.

우리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무역거래의 결제방식 선택 기준이 과거 안정성 중시(리스크 관리) 관행으로부터 최근 대금결제 비용과 시간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 신용장 방식 거래 축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서류 거래의 한계

국내 금융권은 서류 중심의 무역거래는 언제든지 금융 사기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한다.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의 여신 심사 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래기업의 신용과 사업 가능성, 그간 거래실적 등을 다양하게 파악해 사고를 예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모뉴엘처럼 수년간 거래실적이 좋은 경우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역금융의 핵심은 서류이고 이것만을 보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서류의 위·변조를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세청, 금융기관이 전산으로 통합돼 위조서류를 가려낼 수 있는 기술 도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