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17 17:07

수정 2014.11.17 17:07

이재효 '0121-1110=114103'(위) '0121-1110=109091'
이재효 '0121-1110=114103'(위) '0121-1110=109091'

통나무, 나뭇가지, 돌멩이, 낙엽, 몽당연필, 구부러진 못, 주운 철사, 용수철…. 조각가 이재효(49)에게 세상의 모든 버려진 것들은 작품의 재료가 된다. 볼품없고 보잘것없는, 그래서 친근하고 익숙한 그것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된다. '0121-1110=114103'은 들판에서 채취한 낙엽송을, '0121-1110=109091'는 소나무 원목을 다듬고 깎아 만들었다.

이재효 작가는 언제나 알쏭달쏭한 숫자로 작품 제목을 단다. 여기에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비밀이 숨어 있다.
'0121-1110=114103'은 이재효가 2014년 10월 3일 완성한 작품이라는 뜻인데, 앞의 '01'은 자신의 성씨인 '이'를, '21-1'는 자신의 이름 첫자인 '재'를, '110=1'는 자신의 이름 두번째자인 '효'를 의미한다. 그리고 암호 같은 이름 뒤의 숫자 '14103'은 작품을 완성한 날짜다.

이재효 작가의 조각 작품들은 꽤 인기가 많아 꼭 미술전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편이다. 특히 구(球) 형태로 만든 나무 작품이나 나무에 박은 못을 구부리고 찌그러트린 뒤 표면을 마모시켜 독특한 형상을 만들어낸 못 작품은 국내외 대형 호텔이나 병원 로비, 관공서,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소나무 원목을 깎아 만든 '0121-1110=109091'은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로 사용해도 된다.

오는 12월 14일까지 서울 소월로 표갤러리 본관에서 열리는 '네이처필로소피(Naturphilosophie)'전에는 이재효 작가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로 만든 조각 작품 20여점이 출품된다.
자연에서 취한 단순한 재료들로 완벽한 조형미를 만들어내는 그의 작업은 중세시대의 연금술사를 떠오르게 한다. (02)543-7337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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