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37) 848개의 CCTV, 시민안전을 지키는 눈이 되다
서울 U-영등포통합관제센터
전국에 설치된(2013년 말 기준) 공공용 폐쇄회로TV(CCTV)는 56만5000여대에 달한다. 민간에서 설치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428만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수십만대가 늘어나고 있다. 거리에 나서면 늘 CCTV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셈이다. CCTV는 사생활 침해 등 불편함은 여전하지만 범죄수사 등에서 큰 기여를 하는 덕분에 시민들의 반감은 많이 사라졌다. 실제로 영화 '감시자들'을 보면 범죄자를 잡는 과정에서 CCTV는 경찰의 '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의견이 아직 분분하지만 적어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심리적 안정'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24.56㎢ 면적에 38만명이 살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영등포역과 여의도, 중국동포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대림동 등이 있어 CCTV 수요가 넘쳐나는 곳이다.
현재 영등포구에 설치된 CCTV는 모두 848대다. 방범용이 336대로 가장 많고 불법주정차 단속 275대, 그린파킹(담장을 허문 주택의 보안을 위해 설치한 CCTV) 92대, 공원방범 75대, 어린이보호구역 44대,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24대 등이다. 지난 6일 오전 이들 CCTV를 들여다보면서 주민들의 낮과 밤을 지키는 'U-영등포통합관제센터'를 찾았다.
■불법주정차와의 숨바꼭질
통합관제센터 전면에 설치된 대형화면은 21개로 나뉘어 이곳저곳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슬로우비디오'에 나오는 여장부(차태현 분)는 없었다. 여장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을 볼 줄 아는 동체시력의 소유자로, 통합관제센터의 에이스다.
현실에는 수십개의 화면을 넘나드는 불법주정차 단속요원들의 매서운 눈과 현란한 손놀림이 있을 뿐이다. 곁에서 일하는 모습을 불과 5분간 지켜봤을 뿐인데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경력 10년의 안점순씨(52·여)는 "현장 단속을 하다 6개월씩 통합관제센터 근무를 한다. 처음에는 멀미가 날 만큼 눈이 어지러웠다.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바꿨다"며 "이제 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으나 이번에는 손목이 아파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림로에 1t 트럭이 주정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씨가 해당 트럭을 지정하자 1차로 사진이 찍혔다. 안씨는 "5분 동안 3장을 추가로 촬영하게 되는데 그 사이 이동하지 않으면 단속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얘기를 하면서도 안씨의 눈과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는 "원래 자동으로 단속이 가능하지만 CCTV가 숫자가 있으면 오토바이 등 아무거나 찍어대는 통에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며 "정확한 단속을 위해 수동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하루 적발 건수는 대략 130건이다. 요즘은 CCTV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단다. 단속요원들도 무리하게 단속하지는 않는다. 7년 경력의 임정화씨(48·여)는 "CCTV는 단속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도로,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덮어놓고 단속할 경우 민원이 폭주해서 구청의 업무가 마비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임씨는 "택시나 소형트럭 등 생계형 차량에 대해서는 단속을 자제한다"며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신청하면 CCTV가 첫 사진을 찍는 순간 '5분 내에 이동하라'는 문자를 운전자에게 전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들도 많이 영악해져 단속요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실제로 CCTV에는 번호판을 가리기 위해 트렁크를 열어놓거나 걸레를 뒤집어 씌우는 등 교묘하게 번호판을 가린 차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단속요원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얌체' 운전자들은 누굴까. 임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에 반사 스프레이를 뿌리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꼭 단속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는 "100% 확실하지 않으면 단속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얄밉다"며 "번호판에 낙엽, 휴지 등을 테이프로 붙여 숫자 하나를 가리거나 껌을 붙여 '아'와 '어'를 구별하기 힘들도록 만드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속을 시작한 지 3시간 넘게 흐른 오전 11시50분까지 단속 건수는 39건이었다. 임씨는 "보통은 오전에만 50∼60건이 단속되는데 오늘은 유난히 거리에 차가 뜸하다"며 "점심시간에는 자동으로 전환하는 탓에 단속 강도가 더욱 약해진다"고 말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것도 관제센터의 주요 업무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청소과 소속의 안선미씨(45·여)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보다 마이크에 대고 "쓰레기를 무단투기하시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계도방송을 했다.
계도방송은 하루에 14∼15회 정도 한다. 그중에 절반은 도로 쓰레기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버려두고 간단다. 안씨는 "많은 사람들이 대로변의 음식물쓰레기통을 보면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곳으로 생각한다"며 "현장단속에서 적발되는 경우에만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하고 CCTV는 계도를 위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장소에 무단투기가 뜸해졌다고 판단되면 CCTV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고 덧붙였다.
■언제 어디서든 '목격자' 역할
CCTV는 시민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 내에서 24시간 CCTV를 들여다보는 곳은 방범용 CCTV를 맡은 팀이 유일하다.
영등포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관 3명과 용역직원 6명이 3교대로 24시간씩 자리를 지킨다. 이날은 남신웅 경위(45)의 차례였다.
한 사람 앞에 놓인 모니터가 적게는 2개, 많게는 6개에 이른다. 모니터 하나가 16개로 분할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00개가량의 CCTV를 한꺼번에 보는 셈이다. 야간에는 모든 CCTV가 방범용으로 변신한다. 남 경위는 "평소에도 CCTV는 '시민들의 눈' 역할을 충분히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잠자리에 든 새벽 2시 이후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수시로 요란한 벨소리가 들렸다. 위급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CCTV 지지대에 설치한 비상벨 때문이다. 작동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 90% 이상이고 나머지는 '쓰레기 치워달라'는 등의 민원성이다.
CCTV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범죄 예방이다. 꼭 현장에 없어도, 주변에만 있어도 범죄자들의 검거를 도와주는 '목격자' 역할이 가능하다. 남 경위는 "과거에는 동네에 누가 사는지 주민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일이 생기면 문 잠그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라며 "그 자리를 CCTV가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오는 날이면 핫팬츠 입은 여성을 성추행하는 남자가 있었죠. 인근 지역의 CCTV를 모두 뒤져봤으나 얼굴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범행이 일어난 장소와 시간은 확실했죠. 대강의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도주경로를 따라가다 용의자가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편의점 내 CCTV로 얼굴을 보고 붙잡았죠."
지난 4월에는 수배차량을 적발했다. 하루 40대가량 수상한 차량에 대해 차적조회를 실시하는데 거기에 걸려든 것이다. 남 경위는 "저녁시간대 좁은 골목길에 외제차가 주차를 하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싶어 조회를 했더니 도난차량으로 나왔다"며 "경찰서 상황실로 연락했고 경찰관이 즉시 출동, 서너 시간을 잠복한 끝에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달 초에는 CCTV를 보다가 현행범을 붙잡은 적도 있다. 밤 12시께 10대 청소년이 자전거를 훔치려는 장면이 CCTV에 그대로 포착된 것이다. 경찰서 상황실에 알렸고 즉각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검거했다. 남 경위는 "실시간으로 범인을 잡는 것은 아주 드물고 수사자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남 경위는 "CCTV는 여성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며 "CCTV가 없을 때는 고교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곳이었으나 CCTV 설치 후 사라져 동네에 사는 여성과 노인들이 안심·안도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CCTV의 순기능에 힘입어 주민들의 CCTV 설치 요구는 하루에도 2∼3건씩 밀려들고 있다. '동네에 수상한 사람이 돌아다닌다' 싶으면 앞다퉈 민원을 넣는다는 것이다. 전날에도 '도둑이 6개월 새 10번이나 들었으니 집 근처에 꼭 CCTV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곤혹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CCTV를 원하는 대로 늘릴 수는 없는 형편이다. CCTV 1대를 설치하는 데 1500만∼2000만원이 들어가고 저장장비 확충 등의 비용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통합관제센터를 총괄하는 서만원 홍보전산과장은 "안전행정부의 권고안은 1인당 CCTV 50대를 맡는 게 적당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영등포구만 해도 3∼4명이 봐야 할 것을 두 명이서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CTV를 더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를 판독하고 관제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기껏 설치한 CCTV를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고 100% 활용하려면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윤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