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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한국경제 허리가 무너진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03 16:49

수정 2014.12.03 16:49

[차장칼럼] 한국경제 허리가 무너진다

중국 역사에는 "중원(中原)을 얻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 "만방(萬邦.모든 주변국)이 조공하려 중원에 온다"는 말이 있다. 황하를 끼고 있는 비옥한 대륙의 중앙부인 중원은 숱한 영웅들이 '천하'를 꿈꾸도록 했던 곳이다. 조조(위)·유비(촉)·손권(오)이 패권을 다퉜던 무대 역시 중원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오나라 왕 부차가 운하를 판 것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왜 수많은 영웅이 중원이라는 허리를 차지하려 했을까. 중원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시경(詩經)을 기준으로 지금의 허난성과 허베이.산시.산둥 일부 지역인 중원. 사통팔달의 요충지였다.

축구로 눈을 돌려보자.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월드컵에서 24년 만에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안고 치른 독일전에서 0-1 패배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월드컵 준우승에도 아르헨티나는 또다시 '만년 우승후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리오넬 메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해 "미드필더들은 상상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플레이메이커가 없다"고 꼬집는다. 라틴아메리카에서 플레이메이커는 '판타시스타'로 통한다. 동료 선수에게 판타지와 상상력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현대축구가 말하는 허리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스트라이커라 하더라도 미드필더의 도움이 없으면 고립무원일 수밖에 없다는 것.

경제도 마찬가지다. 중간계층이 얼마나 탄탄하냐에 흥망이 갈린다. 요즘 만나는 최고경영자(CEO)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6월 말(1038조3000억원)보다 22조원(2.1%) 늘어난 1060조300억원에 달했다.

가계부채가 늘면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자 갚느라 돈 쓸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소득이라도 늘어난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0.7%로 대부분 선진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 자칫 '자영업자발' 가계부채 대란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빚이 있는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부채상환부담률은 118%에 달한다. 자력으로 부채를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에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는 금융위기의 근원을 중산층 몰락에서 찾았다. 그런데 빚 권하는 정부는 중산층(서민)의 가계부채에 입을 다물고 있다.
단순히 빚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한계다. 획기적 부채감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한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이 한국 경제를 살리는 해결책이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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