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전통적으로 금리동결이 대세다. 연말 자금이동이 많은 데다 차기연도 경제정책방향이나 사업계획 등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의견을 개진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은 장기간 지속되는 저물가와 함께 가계부채의 증가세에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금리정책의 엇갈린 효과에 대한 고심을 털어놓은 것이다. 당장 이달 금통위 결정은 동결론이 우세하게 점쳐지지만 금통위 내부에선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고심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금리인하에 선명한 입장을 내놓으며 한은을 압박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는 직접적인 금리 관련 발언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기준금리 1%대 시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본지가 인터뷰 한 경제학자 및 시장전문가들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팽팽히 맞섰다.
■신중론…"돈맥경화 풀어야"
금리동결 및 신중론의 입장에선 일종의 한은의 금리인하 '실기론'을 제기했다. 금리인하 효과는 통상 6~18개월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효과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크다는 논리다. 더구나 내년 중반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인하 효과를 미처 보기도 전에 한은도 따라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을 내놨다. 이들은 구조적으로 시중의 자금이 넘쳐나는데도 용처를 찾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추가로 내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유동성 함정과 자금유출 가능성을 지목했다. 신 교수는 "현재 소위 말하는 유동성 함정에 와있기 때문에 금리를 내린다고 투자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며, 되레 금리인하가 금융자산에 대한 이자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가 줄어들 수 있어 인하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학부장)도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한다는 건 현재로선 상당히 불확실하다"면서 "현재 800조원 가까이 되는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떠다니고 있는 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금이 원활히 순환할 수 있도록 과도한 금융규제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인하의 파급경로를 구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금리인하의 파급경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벤처기업.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꼭 필요한 자금이 적재적소에 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통위원을 지낸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금리인하 실기론을 제기했다. 그는 "여러 지표상 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되겠지만 인하하기엔 타이밍이 이미 늦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금 인하한다면 효과를 미쳐 보지 못한 채 정책수단 하나만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5%까지 내려가야"
반면 인하론자들은 보다 '경제학적'적인 이론적 접근법을 취했다. 인하론 내지는 인하전망론에선 현재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인하론에선 당장 12월에 금통위가 인하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약 두 차례에 걸쳐 현재 2.0%인 금리를 1.5%까지 내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12월엔 금통위원 한두 명 정도가 소수의견으로 금리인하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1월과 4월 0.25%P씩 총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 1.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건국대 특임교수)도 "12월 인하, 내년 초 추가로 인하해 기준금리를 1.5%까지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디플레이션 초입기에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선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기 전에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한국경제학회 회장)도 "경기가 하강국면을 보이고 있어 디플레이션 조짐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은으로선 이번엔 지켜보되 연초에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기하강 경착륙을 막기 위해 그때 가서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이 내년 하반기 이자율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12월과 내년 초 두 번에 걸쳐 금리를 내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를 회복국면에 접어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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