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방은 예화랑 대표(43·사진)와 미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운명'이나 '숙명'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김 대표의 어머니(고 이숙영 예화랑 대표)는 서양화를, 큰이모는 조소를, 작은이모(이승희 예화랑 공동대표)는 동양화를 각각 전공했다. 아버지(김태성 예실업 대표)도 지난 1983년 화랑협회장을 지냈을 만큼 미술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김 대표는 중학교 시절 미술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예화랑은 1978년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해 1982년 신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남 지역에 문을 연 첫번째 화랑이었다. 2005년에는 건물을 새로 올렸다. 당시 김 대표는 장윤규 건축가와 함께 설계를 구상할 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비정형 건물에 베이스패널(시멘트 압축 패널)을 외장재로 사용한 파격적인 건축물이 탄생했고 예화랑은 독특한 외관 덕택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가로수길의 '명물'이 됐다. 김 대표가 '대표' 직함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8월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큰이모와 함께 '공동 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운영할 때와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은 작가군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갤러리의 맥을 그대로 이어가고 어머니가 추진하던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은 온전히 김 대표의 몫이 됐다. 2006년 시작 당시 창립멤버였던 서울오픈아트페어(SOAF)도 그중 하나다. 그는 "SOAF는 일반인들이 미술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의 수준과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내년 5월로 예정된 10회 행사에서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 위해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지난해 SOAF에서 BMW코리아와 함께 진행한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꼽았다. 플라스틱 액체를 캔버스에 여러 겹 칠한 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그 위에 우레탄 도장으로 칠해 나가며 제작됐다. 특히 작가의 창의적 작품 활동에 고도의 기술력이 결합돼 한층 수준 높은 작품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독창성과 창의성이다. 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것, 작품 안에 울림이 있어 어떤 형태로든 감동을 주는 작품을 선호한단다.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작가들의 작품을 디스플레이한 직후다. 공간과 작품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단다. 그는 "대부분의 작업실은 그림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등 환경이 좋지 못하다"며 "그림이 갤러리에 오는 순간 빛을 발하는데 그림이 팔릴 때보다 더 기분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전통적인 전시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함으로써 '움직이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며 "가능하다면 건축 단계부터 참여, 좋은 공간을 만들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갖는 게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이 권위적으로 보이는 게 싫다"면서 "한 명이라도 더 미술을 좋아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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