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정부, 예산은 늘리지도 않고 'SW산업 활성화'만 외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08 17:27

수정 2014.12.08 22:22

무늬만 'SW유지보수요율 상향' 정책
#1. A 소프트웨어(SW)기업은 얼마 전 공공기관 정보화사업을 울며 겨자먹기로 수주했다. 사업발주 때 받아본 제안요청서(RFP)에는 '무상유지보수' 항목이 명시돼 유지보수 비용을 아예 요구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외산 SW기업에 비교하면 대놓고 차별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건이라도 국내 구축 사례(레퍼런스)가 시급한 중견규모 SW 기업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 B소프트웨어기업은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받지 못했던 유지보수 비용을 내년에는 받을 수 있게 돼 갑작스레 매출이 늘어날 것에 기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이었다.

내년에 예상하고 있던 신규 SW사업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SW 예산은 늘지 않았는데 유지보수 비용이 늘어나 신규사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SW중심사회'를 중점 정책으로 놓고 SW산업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의 SW예산을 늘리지 않은 채 SW유지보수요율만 높이라거나 신규 SW사업을 늘리는 등 보여주기식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전체 정보기술(IT) 예산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SW유지보수요율을 높이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반강제로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가 줄고 있어 정부의 SW산업 활성화 정책이 조삼모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 국가정보화 예산은 약 3조3000억원으로 올해 3조2000억원보다 약 4% 증가했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화 예산이 충분히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SW유지보수요율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재난 관련 비중이 늘어 신규사업은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년 사업 걱정을 털어놨다.

발주처인 정부 및 공공기관의 만성적인 예산부족은 정부의 의지와 정책 및 방향이 현업부서에게 전달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이 강제사항이 아닌데다 설상가상 예산까지 부족해 정보화 담당자들이 자율적으로 유지보수요율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단적으로 미래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각 공공기관의 사업발주 시 업체들이 유지보수를 요구할 수 없는 '무상유지보수' 항목을 사용하지 말고 '하자보증'이라는 항목으로 변경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저래 무상으로 유지보수를 해줘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짧게는 1년부터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경우 길게는 3년까지도 무상유지보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안홍준 정책연구팀 팀장은 "제값을 주고 SW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말을 공공발주자들로부터 듣는다"며 "공공기관이 12%대의 유지보수요율을 인상해 줄 수 있을 만큼 예산이 확보되는 게 SW중심사회를 만들고 한국 SW산업을 키우는 최우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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