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 인턴 취업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2 18:08

수정 2014.12.12 18:08

'스펙 쌓기'에 인력 몰려 시중銀 경쟁률 20대 1
정규직과 연계 안돼 실효성 부족 지적 나와

#1. 대학생 김모씨(22)는 올해 상반기 A은행에서 인턴 근무를 했다. 은행권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서류전형 통과라는 혜택과 '스펙 쌓기'라는 의무감에 인턴에 지원했다. 김씨가 참여하고 있는 스터디그룹에서 10여명이 이 은행 인턴채용에 지원했지만 최종 합격한 사람은 김씨뿐이다.

#2. 지난 2일 'B은행 인턴채용'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몇 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최근 취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대기업과 달리 정규직 채용으로 연계되지 않는 은행 인턴채용에 한층 더 높아진 대학생들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그야말로 은행권 인턴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은행권의 연말 인턴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더 좁아진 은행 채용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 '스펙' 중 하나로 인턴 경험이 꼽히면서 정규채용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은행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턴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규직과 연계가 안 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인턴 채용 경쟁률은 평균 20대 1을 뛰어넘는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도 시중은행들은 인턴 채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채용 경쟁률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IBK기업은행이 올해 상·하반기 통틀어 채용한 인턴은 410명이며, KB국민은행도 현재 진행 중인 인턴채용 전형을 통해 올해 총 300명을 채용한다. 하나은행도 올해 상반기 인턴직으로 95명을 채용했으며, 하반기 예년 수준으로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평균 경쟁률이 한자릿수였던 지난 2012년 은행권 채용 경쟁률은 지난해부터 2배가량 급등했다. 그만큼 취업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턴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은행에서는 정규직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턴 채용 경쟁률이 예년 평균 약 50대 1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10명을 채용하는 부산은행 희망인턴에 몰린 인원은 500명 이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인턴이 아닌데도 서류전형, 1차 면접 등의 우대조건을 보고 지원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특성화고 인턴 채용의 경쟁이 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은행은 인턴 종료 직후 정규채용 시 인턴 경험이 있으면 1차면접을 면제해준다.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우수 인턴으로 선정되면 정규채용에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준다.

그러나 영업조직이 주를 이루는 은행에서 단기간으로 고용된 인턴들이 원래 취지인 실무경험보다는 스펙 쌓기를 위한 방안으로 지원하면서 프로그램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인턴들이 대부분 단기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아르바이트 수준의 업무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특히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력란에 한 줄 넣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에서 아예 인턴 채용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와 연계해 채용했던 인턴을 올해는 채용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9년 이후 인턴 채용을 하지 않고 있으며, 농협은행도 최근 몇 년간 인턴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성초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