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디지털로 재해석한 '우유를 따르는 하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디지털로 재해석한 '우유를 따르는 하녀'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이긴 한데 작가 이름이나 작품명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라는 이름을 말했다면 미술 애호가임에 분명하고 '우유를 따르는 하녀'라는 작품명까지 맞혔다면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하다.

지금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다시 태어나는 빛'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펼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45)은 '백남준의 후예'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TV라는 친숙한 매체를 선택한 작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을 통해 동서양의 명화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베르메르의 하루'(사진)도 그런 작품의 하나다.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하녀'를 메인 이미지로 차용한 이 작품은 4대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수직으로 세워 무려 5.1m에 달하는 대형 화면을 만들어냈다.

관람객들은 우선 수직으로 길게 뻗은 화면의 비정형적인 모양과 크기에 압도되고, 여인이 따르는 흰 우유가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처럼 바닥 모를 심연으로 계속 떨어져 내리는 장면에 넋을 잃는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미묘한 빛의 변화다. 그림 속 여인이 총 6분30초간 계속 우유를 따르는 이 작품은 처음엔 무채색이었던 배경에 점점 색깔이 입혀지면서 새벽녘부터 깊은 밤까지 하루동안의 빛의 궤적을 따라간다. 맑은 소리를 내며 하염없이 떨어지는 우유 폭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사 모든 잡념을 훌훌 털어낸듯 고요해진다.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02)720-1020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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