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경영 과정에서 저지르기 가장 쉬운 범죄로 알려진 배임죄가 논란이 되는 이유 가운데에는 무죄 선고율이 높다는 점도 있다.
올해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횡령.배임죄의 1심 무죄율은 5.9%에 달한다. 지난해 일반형법의 1심 무죄율은 2.6%, 전체 범죄의 1심 무죄율은 1.7%에 불과했다. 이에 사실상 무죄선고인 면소나 공소기각, 선고유예를 포함하면 무죄율은 더욱 높아져 10%에 육박한다.
배임죄의 무죄 선고율은 2008년에는 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09년 4.60%, 2010년 4.89%, 2011년 4.38%로 떨어졌지만 2012년 다시 5.9%로 상승세로 바뀌었다.
집행유예 선고율도 높아 횡령.배임죄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은 2013년에는 58.7%, 2012년에는 59.2%였다.
결국 횡령.배임죄로 기소돼 봤자 절반 이상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무죄나 사실상 무죄선고를 받는 사람도 열명 중 한 명꼴에 달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배임죄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형벌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인 셈이다.
모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는 중견 법조인은 "횡령이 금전 등 구체적인 재산을 빼돌려 이익을 취한 것인 데 비해 배임은 구체적이지 않은 '재산상 이익'이 문제 되고 손해발생 위험성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기준 등 모호한 부분이 많고 법관의 재량 범위도 넓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배임죄의 기준이 모호한데도 처벌 수준이 살인죄와 비슷한 정도"라면서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살인죄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피해액 50억원 이상의 배임죄를 저지르면 살인죄와 같은 형량이 선고되기 때문이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다. 배임죄의 무죄율이 높다고 하지만 '2008년을 제외하면 5% 선을 벗어나지 않아 반드시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폭력행위처벌법(76.6%), 교통사고처리 특례법(89.2%), 과실치상(85.4%), 도박죄(71.7%) 등 배임죄보다 집행유예 선고비율이 높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면서 "50~60%대의 집행유예 선고비율을 놓고 실질적 처벌기능이 약화됐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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