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15 새로운 중국이 온다] 턱밑까지 쫓아온 中기술력.. '차이나 공습' 막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1 17:35

수정 2015.01.02 09:16

한-중 기술격차 좁혀.. 中 네트워크·SW·IT 등
기술집약형 제조업 중심 기술격차 1년 넘지 않아 반도체도 안심할수 없어

[2015 새로운 중국이 온다] 턱밑까지 쫓아온 中기술력.. '차이나 공습' 막아라


한국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13억명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기술력 등 경쟁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한국 기업을 바짝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샤오미에 발목을 잡혀 실적충격을 겪은 게 대표적이다. 철강, 가전제품, 휴대폰 등에서 시장지배력이 견고했던 국내 기업들은 중국 토종 업체들과 가격경쟁력 열위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시장 점유율이 동반하락하는 차이나쇼크를 앓고 있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신흥 경쟁자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정부 주도의 제조업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상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성장한계에 직면한 중국은 지난 2009년 산업의 안정적 성장과 내수 확대, 기술개발,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10대 산업 진흥조치'를 마련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산업구조를 양적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환해 선진기술을 적극 유치했고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제조업 분야의 핵심기술을 국산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였다. 한·중 간 무역흑자폭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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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기술격차 '오십보 백보'

중국의 질주가 무서운 것은 기술집약형 제조업 중심으로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차세대컴퓨팅, 나노, 이동통신, 정보기술(IT) 융합 등 주요 산업기술 분야에서 한·중 간 기술격차가 1년을 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IT융합분야도 한·중 간 기술격차가 1년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기술수준을 보유한 선진국에 비교해 한국은 2년, 중국은 3년 뒤처져 있다. 중국이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경쟁력을 계속 끌어올린 결과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 기업의 대규모 투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늘어나는 우수 인력 등을 통해 설계를 비롯한 첨단기술 도입과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항공전자, 비행제어, 무인비행 등 항공IT의 기술력은 이미 한국보다 앞선 상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 산업분야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이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속도보다 중국이 우리 기업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중 기술격차율은 19.3%로 2011년 조사 당시의 26.9%에 비해 7.6%나 줄어들었다. 중국의 추격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얘기다. 반도체 기술격차도 1.3년, 기술격차율은 13.1%에 머무르고 있다.

한·중 간 기술격차가 크게 좁혀지면서 실제 우리 기업들이 쥐고 있던 세계시장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중 주력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보고서는 국내 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최근 10년간 중국에 역전당했다. 스마트폰은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1.3%로 한국의 30.1%를 넘어섰다. 자동차도 중국과 한국이 각각 12.5%, 9.8%로 추월당한 상태다.

■국내 주력산업 '빨간불'

조선·해양도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기준으로 모두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부진한 해운 업황, 유가급락 등으로 수주여건은 악화된 가운데 중국 조선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국내 조선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수주량은 1020만CGT(280척)로 세계시장 점유율 28.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458만CGT(765척), 시장점유율 40.6%로 집계됐다.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국수국조' 원칙에 힘입어 중국은 몸집을 계속 불리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의 1위 탈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최대 완성차업체인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3.6%에 달한다.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와 제휴로 다양한 브랜드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점유율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중국 내수시장 확대가 성장세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3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 8400만대 가운데 26%에 해당하는 2180만대가 중국시장에서 팔렸을 정도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상하이자동차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4%로 현대차 1.6%의 약 10배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인구(71억명) 5명 중 1명이 중국에 살고 있다.
매머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에 수출의존도가 커져 차이나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의 질주가 지속돼 올해도 국내 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