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방자치 20년 한국형 성공모델 만들자] (1)지방정부 경쟁력을 강화하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1 17:46

수정 2015.01.01 21:07

정부 주도의 지방자치 탈피해 실질적 주민행복에 기여해야
세계적 경제위기 확산으로 지방정부 독자적 역할 축소
중앙 의존현상 심화로 퇴보 획일적 제도 적용 벗어나 지역별 특성·여건에 맞는 자율적인 자치제도 급선무


올해는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지방자치는 수평적 의사결정체계의 하나로 지역과 민간에 대한 분권을 근본원리로 한다.

그렇다고 지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상적 모델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힘들다.

중앙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지방자치는 지방의 자율성과 중앙의 지원 및 간접적 통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자치가 자주 딜레마에 처하는 것도 이 같은 자치의 원리에 기인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세심하게 조정하고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의 민주적 자치체계와 문화를 형성할지가 앞으로 발전적 자치 시대의 관건이다.

그간 외국의 사례에서 이상적인 모델을 찾으려고만 했지 우리의 몸에 맞는 자치의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별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자치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겠지만 아직도 중앙에 의한 수직적 국가의사결정체계가 자치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있는 데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적합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외국의 모델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마을운동 같은 우리의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지는 올해 지방자치 시행 20주년을 맞아 지방자치의 성과 및 성공한 지방자치 사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자율성 등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지방원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자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이해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는 자치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자치를 너무 모델화된 틀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성년 맞은 지방자치…자율과 책임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모두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지방자치시대가 본격화한 지 올해로 20년째다.

첫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는 그동안의 숙성 기간을 거쳐 이제는 성숙의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았다. 지방자치는 이에 걸맞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막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주민직선제에 의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는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어느덧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

행정의 객체로만 머물던 주민이 지방선거와 주민참여제도를 통해 의사를 결집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주체로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지방자치의 성과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도 이런 추세에 부응해 '열린 행정'을 표방하면서 주요 정책과정에 대한 공개 확대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성과를 올렸다.

주민의사를 반영한 행정서비스와 정책 경쟁이 활성화되고 공무원은 친절한 대민봉사자로 변화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도 상당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실제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중앙과 지방의 갈등 심화, 재정 부족에 따른 지방 자율성 부족, 지방의회의원들의 부패 및 지자체들의 선심성 행정 등 지방자치에 가려진 폐단들도 갈수록 표면화하고 있다.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중대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화.지방화로 인해 지방도 무한경쟁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다른 국가 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생존 게임에 처해 있다.

지식정보화.고령화.광역화.다문화사회 등 행정수요도 더욱 다양화·복잡화하면서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 경제위기 확산으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지방정부의 독자적 역할이 축소되고 지역경제 침체와 지방재정 악화로 국가에 의존하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퇴보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자치는 또 다른 질적인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선 6기 시대는 앞으로 이 같은 과제를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복지패러다임 전환

과거 지방자치는 민주화, 권한 배분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21세기 지방자치는 주민행복이 증진되는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은 자치단체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주민이 행복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자치단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자율성.역량 제고 및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 확보를 위한 조직, 의회, 주민제도 등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승종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이제는 정부 중심의 지방자치로부터 국민중심의 자치로 이행해야 할 때"라며 "갈등적 지방자치가 생산적·협력적 자방자치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주민행복에 대한 실질적 기여로서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실제적 관점으로의 이행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은 지방의 분권화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치단체도 분권을 요구하는 만큼의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행정여건에 맞게 자치단체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방조직제도' 개선과 지방의회 역량 제고, 지방공무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또한 절실하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이 주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과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방의 자율성 향상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국가 권한의 지속 이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령상 사무조사 결과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비율은 72대 28로 아직 지방분권이 미약한 상태다.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전국 자치단체에 획일적으로 적용돼 자치단체 간의 특성과 여건 반영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 자치단체가 모두 단체장-지방의회의 기관분리형을 유지하고 있고 인구 규모와 관계 없이 기초자치단체의 권한도 유사하다.

■자치단체 역량 강화 지혜 모아야

중앙의존형 재원구조와 갈수록 열악해지는 지방재정도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국세 중심의 세원 배분 구조가 큰 변화 없이 8대 2의 현행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지방세 비율을 높여달라는 지자체의 요구는 묵살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가시책 지원을 위한 비과세·감면과 저출산.고령화 관련 국가시책에 대응하는 지방재정부담(국고보조사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방재정을 옥죄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정자립도는 1991년 66.4%에서 올해 44.8%로 오히려 감소했다. 법령상 의무적 지출도 어려워진 자치단체는 정책(사업)자율성을 상당부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지역이기주의로 갈등과 분쟁도 증가 추세에 접어들었다.

광역 행정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협력 관행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에 불리한 정책 반대, 비선호 시설 설치 등에 있어 갈등과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와 무관심이 증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자신의 생활문제를 직접 결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직에 대한 견제 부족, 일부 지역토착세력의 권한독점 등도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암적인 존재다.

중앙정치의 문제가 지방정치에서도 재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도덕적 해이 현상도 극심하다.

무리한 투자 등으로 인한 사업실패, 다양한 지역갈등 표출 등으로 인한 지방자치의 부정 이미지에 따른 주민의 신뢰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충분한 수익성 분석 없는 지방공기업 부실운영, 경전철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체장의 우월적 권한을 이용한 선심성 시책, 전시성 행사 등으로 행정력과 예산 낭비, 인사비리 등 불합리한 인사운영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염돈민 한국지방행정학회 회장은 "지방자치가 정착되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다만 앞으로는 지식과 기술, 문화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자치 패러다임이 이행하고 있어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어떻게 높이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