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골든타임 놓친 동부건설, '딜' 외면한 산은 책임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2 18:01

수정 2015.01.02 20:49

동부익스프레스 콜옵션, 동부 제안 받지 않아도 매각땐 산은 추가 이익 수수방관 당국도 '도마'에

지난해 12월 3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동부건설이 최후 보름(15일)의 '골든타임'을 놓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12월 17일 KDB산업은행에 최종 자구안을 제출한 후 법정관리까지 긴박한 '딜'이 이뤄지던 보름간은 동부건설에 '골든타임'이었다. 이 시기 동부그룹과 산업은행 간 딜은 꼬였고, 금융당국은 별다른 중재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시기에 동부건설 존폐의 키를 쥔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능동적으로 대응했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산은과 금융당국에도 동부건설 법정관리의 책임론이 향하는 이유다.




■동부 지원 거부한 산은 속내는

먼저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가는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의사'로 여겨지고 있다. 산은이 동부건설의 최종 자구안인 '동부익스프레스 콜옵션 위임'을 거부한 것은 법정관리의 결정타였기 때문. 무엇보다, 산은이 동부의 마지막 카드를 외면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산은이 동부에 요구한 필요자금의 50%(500억원) 부담을 상회하는 수익 창출이 가능해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평가된다. 당초 동부는 지난해 5월 말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TB PE와 큐캐피탈 컨소시엄에 3100억원에 매각했다. 이때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 콜옵션을 걸어 경영권을 찾아올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동부건설은 산은에 동부익스프레스 콜옵션을 넘기는 대신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산은은 동부익스프레스 매수 시 자회사와 함께 40%가량의 비중으로 투자에 참여해 동부건설의 콜옵션 위임으로 인해 1000억원 안팎의 추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부익스프레스가 진성매각될 경우 동부건설의 콜옵션 포기 금액만큼의 차익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은 동부건설의 콜옵션 위임안을 거부한 채 법정관리를 방치했다. 외견상 산은은 최소 1000억원에서 최고 6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등의 부담을 이유로 동부건설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부익스프레스 콜옵션은 자동으로 사라져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산은으로선 동부건설의 콜옵션이 사라진 동부익스프레스를 진성매각할 때 자동으로 1000억원 이상 추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굳이 동부건설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준기 회장이 모태기업 포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46년 역사의 모태기업인 동부건설을 끝내 포기한 이유도 관심을 끌고 있다. 동부건설의 전신은 지난 1969년 1월 설립된 미륭건설이다. 미륭건설은 김준기 회장이 24세 때 자본금 2500만원으로 설립한 후 현재의 동부건설로 육성했다. 그만큼 애착을 가졌던 동부건설을 김 회장이 포기한 이유는 더 이상 버틸 자금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김 회장은 2013년 동부건설 유상증자 등에 538억원을 지원했다. 그는 현재 자택을 포함한 모든 재산이 은행에 물적 담보로 제공돼 있다. 동부 계열사들도 법적인 한도 내에서 동부건설을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산은이 '사전적 구조조정' 명분으로 무리하게 패키지딜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것도 김 회장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금융당국 책임론 대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취한 수동적인 태도는 책임론을 면치 못하게 하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수시로 동부건설 문제를 논의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에 끌려가는 인상이 짙었다. 그 결과는 법정관리였다. 금융기관은 동부건설에 대해 총 2618억원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 동부건설의 회사채 227억원(907명)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외에, 동부건설 협력사 상거래 채무는 3179억원(1713개사)이다.
그중 5억원 이상의 중소기업 280개의 경우 1981억원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