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 스트리트] 불확실성과 기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4 17:26

수정 2015.01.04 17:26

[fn 스트리트] 불확실성과 기회

지난해 말에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참석자들 입에 가장 자주 오른 단어는 '불확실성'이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국내외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경영전략은 자연스럽게 '내실 다지기'로 모아졌다. 삼성이 올해에는 방어적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임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

그렇긴 해도 1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때는 이 회장이 '마하 경영'을 화두로 내걸었다. 속도와 체질 개선 그리고 신사업 발굴 등 공격적 경영전략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요즘 분위기는 너무 침체돼 있다는 것이 내부 사람들의 전언이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은 한결같이 어둡다. 미국은 양적완화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로 고전 중이며,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엔저가 예측불허 상황이다. 유로존은 여전히 불안하고 러시아는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세계경제 곳곳에 악재투성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해보다 크다.

지난해 국내경제는 초이노믹스로 경기부양의 불을 지폈다. 하지만 당국이 돈을 풀어도 투자와 소비는 냉랭했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올해 우리 경제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몇 달 후 무슨 변고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은 관망하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앞길이 오리무중인데 기업인들이 투자할 의욕이 생길 리 없다.

경제는 예측이 중요하다. 누가 더 정확하게 예측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예측을 어렵게 한다. 성장과 수출, 투자와 소비, 고용 등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나빠지면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부닥쳤을 때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고 한다.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가 안겨주는 고통은 '공황'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올해에는 자산디플레 공황 얘기까지 나돌아 사람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불확실성은 위험으로 인식되며, 사람들은 그 위험을 어떻게 회피할 것인지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다른 단면은 가능성이자 기회다. 불확실한 미래를 가능성으로 채우려면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적절히 감수할 줄 아는 모험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확실해지고 나면 기회는 아무에게도 찾아오지 않는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