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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가구 유통혁명과 디자인 실명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5 16:43

수정 2015.01.05 16:43

[차장칼럼] 가구 유통혁명과 디자인 실명제

'가구 유통 혁명의 본산'이라고 하는 광명 이케아를 찾았을 때다. 아내가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한국 상륙 때부터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주차조차 쉽지 않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고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큰맘 먹고 아내에게 먼저 가자고 제안을 했다.

토요일 오전 개장하자마자 도착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내는 이케아 가구들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서둘러 짐을 챙겼다. 두 아이가 탈 유모차까지 차에 싣고 광명 이케아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아침 일찍부터 거의 만원을 이뤘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나오니 뒤늦게 도착한 차량이 주차장 입구에서 북적였다. 뒤늦은 차량은 이케아 건물과 연결된 광명 롯데몰 주차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힘겹게 입장한 전시장에선 1만원대 의자부터 10여만원대 쇼파까지 각종 초저가 가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이케아에선 통하지 않았다. 저가 제품이라도 세심한 디자인과 제품의 견고성으로 인해 구입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가구뿐만 아니라 각종 값싼 조명기기와 주방기기 등도 눈에 띄었다. 아내는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저렴한 제품들을 쓸어 담았다. 이케아에서 나눠준 대형 쇼핑백도 모자라 집에서 가져온 대형 백에 담을 정도였는데 계산을 해보니 총 구입가격이 십만원을 넘지 않았다. 아내는 몇 가지 의자 등을 더 구입하고 싶어했지만, 이미 제품이 동나서 한 달 뒤에나 다시 물건이 들어온다는 매장 직원의 답변만 돌아왔다. 아내가 사고 싶었던 많은 제품이 이미 대부분 품절 상태였다.

물건 고르기에 꼼꼼한 아내의 마음을 이처럼 단번에 사로잡은 이케아의 비결이 문득 궁금했다. 일단은 거품을 뺀 가격과 실용성은 기본이었다. 미국의 연말 초저가 할인 판매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제품을 구매하고 제조.유통 일괄형의류(SPA)의 선두주자인 유니클로에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은 이미 낮은 가격과 실용성이 강조된 제품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가구의 경우에는 특수성이 있다. 덩치가 커서 인터넷 구매는 쉽지 않다. 일단 이케아는 광명에 몰(Mall) 수준의 규모로 대형 매장을 열었다. 마치 가구업계의 대형 마트 같은 개념이다. 게다가 모든 가구는 대부분 차에 싣고서 직접 가져 갈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가구가 모두 조립식이라는 점은 이케아가 이룬 가구 유통혁명의 출발이 됐다. 조립식 가구는 모두 박스 형태로 포장돼 간편하게 차량에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이케아는 가구 구입 후 집에 가져간 뒤에도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해준다는 광고도 했다. 이 같은 이케아의 자신감은 '디자인 실명제'에서 나왔다.
이케아의 주요 가구 전시장에는 제품 디자이너들의 사진과 함께 이들이 직접 소개한 디자인 아이디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가 매장 곳곳에 크게 내걸렸다. 이처럼 기술자나 개발자를 가장 먼저 내세우는 이케아의 스칸디나비아식 실용주의가 스웨덴을 가구 유통 혁명의 본거지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유통 혁명은 결국 아이디어맨들에게서 나오는 법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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