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지만 꾸밈없는 유부녀 미용사 리타. 본명은 수잔이다. 어느 '19금 소설'을 너무 감명깊게 읽은 나머지 그 작가의 이름을 따왔다. 일찌감치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스스로가 싫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피임약을 먹어가며 출산을 미뤄올만큼. 리타는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고싶고, 될 수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결국 정규 대학 입학 시험을 보기 위해 평생교육원에 등록했고 문학비평을 가르치는 프랭크 교수에게 1대 1 수업을 받게 된다.
연극 '에듀케이팅 리타(Educating Rita·이하 '리타')의 국내 초연 제목은 '리타 길들이기'(1991년)였다. 수현재컴퍼니가 제작한 이번 공연에서는 여성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길들이기'를 삭제하고 원제를 살림으로써 '상호 성장'의 의미를 강조했다. 유명한 명화를 '포르노'라 부르고 잔다르크가 누군지도 모르던 리타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다. 무지(無知)를 인정할 줄 아는 모습은 오히려 성숙해 보인다. 결국 헨리크 입센,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을 논할 만큼 지식을 쌓게 된다.
시인이기도 했던 프랭크는 이런 리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 순간은 조명 효과를 통해 암시적으로 나타난다. 가령 리타가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는 대사를 할 때 전체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프랭크에게 흐릿한 조명이 집중되는 식이다. 프랭크는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해 절필을 선언하고 술에 찌들어 살고 있었다. "누구도 자신의 뛰어난 문학적 암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건 일말의 자존심이었다. 리타에게 마지막 숙제로 자신의 시를 비평하라고 하지만 솔직한 평가를 듣고서는 무너지고 만다.
'공블리'로 불리는 공효진(사진)의 '리타'는 2인극의 단조로움을 타계하는 가장 큰 무기다. 특유의 해맑은 표정과 자연스러운 톤으로 거침없이 내뱉는 돌직구는 객석을 초토화시킨다.
둘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치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랄프 로렌'을 입고 D H 로렌스를 읽고싶다"던 리타는 의상 변화로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공효진인 만큼 장면마다 바뀌는 의상은 볼거리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프린트의 원피스는 점차 단색의 단순한 스타일로 바뀌고 커튼콜에서는 그토록 원하던 '랄프 로렌 자켓'을 입고 나온다. 더블 캐스트인 강혜정을 위한 의상도 따로 있다. 영화계에서 이름난 조상경 의상디자이너의 작품들이다. 관객이 둘러싼 원형 무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계바늘 돌듯 회전하는 무대도 인상적이다. 황재헌 연출은 "관객들도 함께 리타와 프랭크의 수업에 참여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공효진이 처음 서는 무대에서 360도를 감당해내긴 무리였을 듯하다. 무대 뒤쪽 관객들은 거의 공효진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다. 공연은 오는 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4만~6만원. (02)3672-0900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