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술금융에 밀려, 소원해진 관계형금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6 17:18

수정 2015.01.06 21:30

정책 우선 순위서 '찬밥'… 평가 체계도 미흡해
업계 "현장 영업 필수… 중소저축銀에 맞는 제도"


기술금융에 밀려, 소원해진 관계형금융


관계형 금융이 기술 금융에 밀려 찬밥신세다.

실제 기술금융은 달마다 실적 점검이 이뤄지는 등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관계형 금융은 뚜렷한 평가체계가 없다. 그렇다보니 시중은행들은 매달 실적을 수치로 내야하는 기술금융에만 목을 메고 있다. 관계형 금융에 대한 활성화 정책이 나온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단 한건의 실적도 내지 않은 은행도 있다.

지역밀착형 영업을 통해 충성도 높은 중장기고객군을 만들 수 있는 관계형금융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형은행들의 새로운 먹거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발로 뛰는 영업'이 필수인 관계형 금융은 시중은행보다 오히려 중소형저축은행에 맞는 제도라는 것이다.

■관계형 금융? 손사래 치는 은행들

6일 금융감독원 및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관계형금융 도입을 통한 새로운 중소기업 대출관행 유도' 대상이 저축은행에서 일반 시중은행으로 확대 시행돼 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관련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한데 이어 6월엔 외부연구용역 및 세미나 개최 등의 논의 과정을 통해 시중은행들도 유망 중소기업에게 3년 이상 장기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관계형금융 세부 실행방안이 나왔다.

은행들은 기업의 신용등급 등 계량 정보뿐 아니라 기업인의 도덕성이나 경영의지, 업계평판 및 사업전망 등 경영정보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필요한 경우 최대 15% 한도 내에서 은행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3년 이상 장기투자할 수 있으며, 기업에 필요한 세무, 법률 등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 관계형 금융을 영업 평가 지표로 반영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은행은 아직까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달 기술금융에 대한 줄세우기 때문에 할당된 실적을 메우는 것도 벅찬 상황인데, 별도로 관계형 금융까지 진행하기엔 추후 발생할 여지가 있는 부실대출 리스크를 무시하긴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직원 한 명당 관리하는 기업 고객만 수백개에 이르는데, 어떻게 일일이 기업들의 숟가락 개수까지 세고 있겠냐"고 반문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영세 기업은 고사하고 기술력을 갖춘 우량 기업들을 우선 대출하는 방식으로 관계형 금융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금융위 기술대출과 교통정리 돼야

특히 일각에선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의 정책이었던 관계형 금융을 현재 원장이 얼마나 그대로 이끌어 갈지 의문"이라면서 "무엇보다 금융위가 주도하고 있는 기술금융 정책과 금감원의 관계형금융 활성화 대책이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걸 당국에서도 알지만 이렇다할 조율조차 하지 않고 있어 결국 추가적인 부실 책임은 은행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KPI(핵심성과지표) 평가항목에 관계형 금융을 별도 항목으로 넣는 것 역시 금감원만 오케이(OK)를 한 상황이라 은행 실적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당국끼리의 교통정리가 우선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유망 중소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출할 수 있도록 취급 실적을 은행 혁신성 평가지표 및 영업점 성과평가지표 등에 반영하는 한편, 가이드라인 등 관련 절차를 준수해 취급한 대출에 대해서는 부실이 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대출심사역은 "허위 수출서류 조작으로 사기대출을 벌였던 모뉴엘 사건 이후 은행에선 기업 대출을 심사하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면서 "담보나 신용이 있더라도 부실이 나는 마당에 과연 정성평가만으로 대출을 진행하라는건 업계 사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경영현황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는 세부 방안에 대해선 "지역 밀착형 영업이 가능한 지방은행 정도야 가능한 부분"이라면서 "실제 시중은행이 기업과 MOU를 맺고 자금을 지원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