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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구제역 토착화, 당국은 뭐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6 17:47

수정 2015.01.06 17:47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돼지 구제역이 충남북과 경북, 수도권으로 번진 데 이어 6일에는 경기 안성에 있는 농장의 소에 대해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소는 예방백신을 맞을 경우 구제역에 걸릴 가능성이 낮지만 접종하지 않으면 돼지보다 훨씬 취약하다. 이 때문에 최근 사태는 201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재앙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당시 전국 75곳 시·군 6241개 농가의 돼지 332만마리, 소 16만마리가 매몰처분됐고 예산만 2조7000억원을 써야 했다.

이번 구제역의 혈청형은 종전 발생한 'O형'이지만 유전자형이 다르고 전파력도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발생 한달이 넘었고 28만마리가 매몰됐는데도 당국은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나 전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축장을 드나든 차량 때문에 구제역이 퍼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리고는 뒤늦게 전국 축산관련 차량과 도축장에 대한 일제소독을 실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방역대책을 내놓고 시행에 들어갔다. 사전 방역을 태만히 했다는 증거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은 사육 중인 가축에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백신의 접종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도 농가에서 나오고 있다. 백신업체에 따라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최저 1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돼지의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접종을 꺼리는 농가도 있어 문제다.

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연중 발생하는 추세여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은 통상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여름에 종식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여름인 지난해 7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바 있다. AI는 지난해 1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뒤 연중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제역 등이 국내에 토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자칫하면 구제역·AI 상시발생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당국의 방역체계는 큰 구멍이 뚫렸다.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시급히 구제역의 원인과 전염경로를 밝혀내고 총력 방역에 나서야 한다.
차제에 상시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