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레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변하는 제주의 맛 여행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8 17:14

수정 2015.01.08 17:14

[레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변하는 제주의 맛 여행

【 제주=조용철 레저전문기자】 흔히 향토음식을 '지역별로 전해오는 전통적인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단순한 정의만으로 향토음식을 단정지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복잡하고 다양한 동서양의 생활양식이 뒤죽박죽으로 섞이면서 이미 전통이란 개념이 생활 자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생활양식만큼이나 다양해진 입맛의 변화에 따라 먹을거리 역시 다양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져 전통적인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의 생활문화를 흔들어 놓았다. 이같은 문제는 제주 향토음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라누름적
소라누름적

문어죽
문어죽


제주전통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조리 방법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리 방법이 단순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철칙이 있는데 재료의 신선도를 최우선한다는 점이다. 양념류가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조리법을 통해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제주전통음식은 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제주의 된장은 숙성과정에서부터 다른 지역의 된장과 비교해 이른바 '군내'라고 얘기하는 잡냄새가 생기지 않으며 비교적 숙성기간도 짧은 반면 숙성 정도는 고르고 안정적이다.

제주사람들의 일상식이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로는 잡곡 위주의 일상식,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섭취했다는 점, 늘 빠지지 않는 젓갈과 된장 등의 발효음식이 곁들여지고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어패류의 꾸준한 섭취 등을 꼽을 수 있다.

갈치국
갈치국

봄 밥상
봄 밥상


밥류는 주곡인 보리를 주재료로 해 조, 콩, 팥을 주로 혼용했으며 고구마, 감자 등과 톳, 파래 등 해조류를 섞기도 하고 쑥을 섞기도 했다. 무쇠 가마솥에 밥을 지어 하루 내내 상보를 덮어놓으면 식구 중 누구나 끼니 때 수저 하나만 들고 와서 퍼먹었다고 한다.

제주전통음식의 특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양한 '국' 문화다. 식사 때마다 물은 안마셔도 국은 반드시 있어야 할 만큼 국 없는 식사를 꺼렸다. 또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생선국을 끓여 먹어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받았다. 아강발국(돼지족발국)처럼 몸보신용으로 먹었던 국이 있는가 하면 고사리국, 구살국(성게국) 등 대소사를 치르는 행사용 국도 있어 모든 음식과 관련해 국이 빠지지 않았다.

다양한 국 문화 중 백미는 다양한 '냉국' 문화다. 날된장을 냉수에 풀어 초를 곁들이면 기본 준비가 끝난다. 주재료는 해조류를 많이 이용했는데 여름철 무더위에 입맛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이었다.

제주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할 때 적은 양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한 주식 대용으로 죽을 먹었다.

여름 밥상
여름 밥상

가을 밥상
가을 밥상


그러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산나물 같은 채소를 이용해 양을 불려 먹은데 반해 제주사람들은 해산물, 동물성 재료, 곡류를 이용해 영양학적으로는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죽은 조리법이 다양하고 맛의 변화가 다양해 최근 별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사람들에게 떡이 주는 의미는 '기원'이다. 곡식이 넉넉지 못했는데도 떡을 만들어 무속신앙과 집안 대소사의 의례에 이용했다. 제주 떡 가운데 가장 특징이 있는 떡은 빙떡과 상웨떡(보리떡)이다. 빙떡은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빼놓지 않는 음식이었다. 멍석떡이라고도 불렀던 빙떡의 속은 겨울에는 제철 채소인 무를 나물로 만들어 소로 이용했고 무가 없는 여름철에는 팥이나 콩나물을 이용했다. 상웨떡은 현재 제주 특산물로 자리잡은 보리빵과 흡사해 현대적 의미의 빵에 더 가까운 떡이라 할 수 있다.

향토음식 중에서 전통성을 가장 많이 훼손당한 음식은 조림인데 제주도에서는 조림을 '지짐'이라고 했고 주로 제주 근해에서 어획되는 어류를 지져 먹었다. 제주식 지짐은 주로 간장이나 된장을 이용한 조림이었다. 특히 고춧가루 등 자극성 강한 양념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다.

겨울 밥상
겨울 밥상


지짐에는 국물을 여유 있게 지지는 경우와 국물 없이 바짝 졸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자리지짐이나, 보들레기지짐 등은 식초를 살짝 떨궈 바싹 지져내어 뼈까지 먹을 수 있도록 졸였고 우럭이나 볼락은 콩을 넣고 지져내어 육수가 배어든 콩 맛이 또한 일품이다.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인 탓에 언제나 쉽게 싱싱한 물고기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 비해 젓갈 종류가 많지 않다. 다만 자리와 멜은 어획량이 풍부해 섭취하고 남은 잔여분으로 젓갈을 담곤 했는데 내륙지방의 쌈장처럼 지져서 먹었다.


이외에도 제주 보양식 개념으로 집집마다 고아서 한수저씩 떠먹었던 꿩엿, 닭엿, 도세기엿 등이 독특한 제주의 음식문화의 한 단면이다. 또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반치지나 마농지로 대표할 수 있는 장아찌와 싱싱한 물고기를 간단히 손질해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조리법인 생선구이도 빼놓을 수 없는 제주음식이다.
또 생선을 바닷가 갯바위에서 즉석에서 회쳐먹는 생선회와 물회, 강회 등도 제주음식에선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 중 하나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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