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진희정 특파원】한국에서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영화 '국제시장'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 조짐이다. '아버지'라는 소재에 대한 이민세대의 향수, 흥남 철수·독일 광부 파견·베트남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어우러지면서 한인교포사회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으로까지 관람층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시장'은 미국에서 '아버지에 대한 헌시(Ode to My Father)'라는 제목으로 개봉됐고 상영관은 40개관으로 늘어난다.
8일(이하 현지시간)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아메리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CGV에서 지난해 성탄절 '국제시장'을 개봉한 이후 7일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1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의 흥행 돌풍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라는 입소문이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개봉 첫 주보다 2주차 관객 수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하루 평균 관객 수는 1417명으로, 영화 '명량'의 2주차 일일 관람객 수(819명)보다 58% 정도 증가했다.
지니 조 CJ엔터테인먼트아메리카 마케팅 매니저는 "보통 개봉 첫 주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도 2주차에 접어들면서는 10~20% 정도 관객 수가 준다"며 "그러나 '국제시장'은 오히려 입소문으로 관객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영화 상영시간을 30분 정도 앞두고 CGV LA를 찾았다. 관객이 별로 없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로 영화관 로비는 다소 혼잡했다.
연령층도 친구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20대에서부터 30~50대 중장년층, 6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CJ엔터테인먼트아메리카는 "10~30대 관객이 많은 대부분의 영화와는 달리 '국제시장'은 1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관람하고 있고, 가족 관객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용 특별 시사회 등을 열어 중국인이나 백인 등도 간혹 눈에 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이 미국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1970~1980년대에 이민 온 노년층과 이들 자식세대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상영관 앞에서 만난 새무얼 김(72)씨는 "지난 주말에 아들 내외와 고등학생 손녀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이민 온지 30년이 넘는데, 손녀와 공감대를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국제시장'을 관람한 후 온 가족이 모두 내 한국 전쟁 때의 경험당을 경청해주어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고생이 단지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감동적인 희생으로 다가오면서 가족들간의 정이 더 깊어졌다는 얘기였다. 조 씨는 한 번 더 영화를 보기 위해 이날은 동년배 친구 3명과 함께 다시 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또한 한국인 유학생을 따라 영화를 보러 왔다는 대만 출신 윌리엄 수이(32)씨는 "대만 역시 가족들에 대한 정이 각별한데,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가 떠올랐다"며 "집에 가서 아버지께 안부 전화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의 인기에 힘입어 '국제시장'의 개봉관 수도 늘어날 예정이다. 9일엔 뉴욕,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애틀란타, 워싱턴 등 8개관에서 추가 개봉한다. 이어 미 전역 40개관으로 확대 상영한다. 계속 반응이 좋을 경우엔 10~15개관을 더 늘릴 예정이다.
미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한국 영화로서는 최대 수치다. 영화 '명량'의 경우, 1차로는 CGV, 2차 30개관 개봉에 이어 3차, 4차로 개봉관을 확대시켰지만, '국제시장'엔 미치지 못한다. jh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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