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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읍시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15 13:47

수정 2015.01.15 13:47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참사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

정확히 9개월 전 그날, 타국에서 평범한 아침을 맞고 있었다. 뉴스로 사고 소식을 접한 후 2개월은 아프고 분노한 기억밖에 없다. 내 아이를 보고 웃는 일마저, 가만히 뉴스만 봐야한다는 사실마저 죄스러웠다. 대한민국은 지난 한해동안 온통 슬픔에 빠졌다. 이 책을 쓴 12명의 저자들은 그 슬픔을 보고 '사회에도 영혼이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어미, 아비, 형제, 자식이라면 영혼은 같은 뿌리를 가진다. 그들의 극심한 고통에 감히 비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아직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4월 18일 금요일. 여행의 기대감에 부풀어 세월호에 올랐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로 했던 날이다. 아이들이 떠난 후 남은 부모들의 시간은 다시 그날로, 그날로 붙들려 간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40일간 세월호 유가족들과 저자들이 함께 지내며 담아낸 생생한 육성 기록이다. 남겨진 가족들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수백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다.

"생전에 나랑 팔짱 끼고 드러누워서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아빠 비행기 태워줄게' 했어. 근데 미지가 나왔는데 그 생각이 딱 나는거야. 헬리콥터를 탔는데 아유,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 비행기를 태워 주는구나. 봐봐, 먼저 나왔으면 앰뷸런스 타고 올라왔을 건데 늦게 올라와갖고 헬리콥터 탄거. 그것도 비행기잖아 그죠?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도 약속을 지키려고 그랬을까."(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씨)

"늘 동생이랑 같이 잤는데 한밤에 생각나고 외로워서. 거인이 돼서 배를 끌어올리는 상상도 많이 하고, 한번은 동생이 너무 보고 싶어서 눈 감고, 얼굴, 코, 입… 동생 촉감을 상상해요. 매일 그런 생각밖에 안해요. 아직 내 인생은 반도 안 넘었는데…"(승희의 언니 승아의 이야기)

고통스러울 만큼 가슴이 아프지만 읽어낼 가치가 있다.
사건 당일의 일분일초를 또렷하게 기억해내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가장 중요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책의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익 활동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