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액공제의 반격- 세부담 없다던 연봉 5500만원 이하도 부담 증가, 부양가족 없는 독신자·고소득자들은 '세금폭탄'
'예고된 대란?'
연말정산 시즌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13월의 월급봉투'가 기대보다 얇거나 또는 '마이너스 봉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존의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을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관련 제도를 변경한 데 이어 추가 세법개정을 통해 공제요건 축소와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해, 특히 독신자와 고소득자 등의 세부담을 늘렸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고소득자가 아닌 일반인의 세부담 증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3년 전 바뀐 세제가 종합적으로 지난해 처음 적용되면서 2014년 기준 연말정산을 하는 현 시점에 와서야 납세자들이 실제로 피부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간이세액표 '덜 내고 덜 받고'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고된 대란'의 1차 원인은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다.
정부는 2012년 9월 당시 간이세액표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매달 월급에서 적게 떼는 방식으로 변신을 시도한 바 있다. 기존보다 매달 세금을 적게 내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정책적 기대감 때문이다. 대신 이듬해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2013년 소득분에 대한 지난해 연말정산 당시 환급금이 크게 감소했거나 오히려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납세자들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삼모사'에 따른 착시현상인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연봉 약 7000만원 초과자의 세금 부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간이세액표를 또 한번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3년 대비 2014년 소득분에 대한 간이세액표상 월별 원천징수세액(다자녀공제 및 비과세·학자금 공제 제외)은 1인가구의 경우 월급여 300만원은 8만8180→8만470원, 500만원은 34만9690→34만3900원, 4인가구의 경우 월급여 300만원은 2만6690원으로 변동 없었고, 500만원은 24만820→23만7550원 등으로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월급여가 700만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 중에서 1인가구는 73만300→76만4800원, 4인가구는 51만7710→57만7860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평소에 많이 내더라도 연말정산에서 (많이)돌려받는 것이 좋다는 정서가 많으면 간이세액표 개정을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다만 3월 연말정산 완료 이후 하반기부터 적용할지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예고된 연말정산 대란의 2차 원인이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각종 공제요건 축소와 세액공제 도입 때문이다. 문 실장은 "2013년 세법개정을 통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세율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은 증가했지만 세율이 낮은 저소득 근로자 세부담은 감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교육비 1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꿀 경우 고소득자(38% 세율 적용)는 당초 38만원에서 15만원으로 공제액이 23만원 줄어들지만, 저소득자(6%)는 오히려 6만원에서 15만원으로 9만원 더 공제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기재부는 2011년 소득 기준으로 연봉 7000만원이 넘는 인원은 전체 근로자의 상위 10% 정도로 세액공제 전환 시 이들은 연간 134만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 추가 부담이 없다고 공언했던 연봉 5500만원 이하도 세금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근로소득공제가 줄고, 부양가족 공제 혜택 등을 적용받지 않는 미혼 직장인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같은 연봉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공제항목,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개별적인 편차는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부양가족 공제, 의료비 공제, 교육비 공제 등에서 부양가족이 있으면 혜택을 많이 주도록 설계돼 있어 상대적으로 독신자는 혜택을 못 받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고소득자로부터 더 거둔 세금을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자녀장려세제(CTC) 신설 등을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제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 몇 차례의 세제개편을 통해 기존과 크게 바뀐 연말정산제도는 특히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로부터 큰 조세저항을 일으키면서 일대 도전을 받고 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