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연말정산 후폭풍] '증세는 없다?'.. 연말정산 세금폭탄에 뿔난 국민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증세 없다더니 서민증세" 세제정책 불신으로 번져

'연말정산 반란'이 박근혜정부의 세제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집권 첫해인 2013년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선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을 대폭 늘리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반대 여론이 들끓자 며칠 만에 수정안으로 바꾼 것이 시발이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초안을 마련한 세법개정안은 이처럼 일부 수정을 거쳐 국회에서 최종 통과됐지만 비과세·공제규모 축소,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 내용이 고스란히 포함돼 1년 반가량이 지난 현 시점에 와서 다시 악화된 여론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증세는 없다'는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세제정책이 '서민증세-부자감세' 아니냐는 혹평을 내놓기도 하는 모습이다. 서민증세에 대한 여론은 올 들어 담뱃값에 개별소비세를 처음 도입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또한 연말정산 문제가 재차 불거지자 1~2년 전 만든 세법을 부랴부랴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국민들의 불만을 쉽게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갈수록 독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인구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세제혜택이 많지 않은 이들에 대한 불만도 풀어야 할 숙제로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 연말정산 후폭풍


■세정은 '조변석개', 납세자 불만 '고조'

20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8월 8일 당시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세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선을 연소득 3450만원으로 낮추고, 연소득 5500만~7000만원 근로소득자는 기존보다 연간 16만원의 세금이 느는 것으로 설계했다.

관련안이 발표되자 '서민·중산층 증세'라며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굽히지 않았다.

개정안 발표 다음날 추가 자료까지 내면서 오히려 세법개정으로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6200억원의 세부담이 줄어든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상위 28%에 해당하는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부담은 다소 늘지만 전체 근로자의 72%는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여론이 더욱 들끓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기재부는 결국 한발 물러나 수정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세부담 기준선을 5500만원으로 올리고, 16만원씩 세금이 늘도록 돼있는 연소득 55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 6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는 각각 연간 2만원, 3만원 늘도록 조정하는 등 내용을 재설계했다. 소득세 및 소비과세는 올리고 법인세 및 재산과세는 내리겠다는 현 정부의 세정 기조가 초반부터 도전받은 셈이다.

현재 논란이 커지고 있는 연말정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비과세를 없애거나 공제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당시 전체 납세자 1636만명 가운데 31%인 512만명이 세금을 내지 않는 기형적 구조라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13월의 월급봉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만만치 않자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연일 자청하며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 등의 조정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돌변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출생공제, 6세 이하 자녀공제 등 자녀 관련 공제를 재도입하거나 새로운 자녀공제 방식을 만드는 등 모든 방향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 조세전문가는 "기본방향이 맞으면 밀어붙여야 한다. 게다가 괜찮은 정책을 정치권이나 여론의 역풍을 맞아 바꾼다면 국민들은 정부나 정책을 전혀 신뢰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평과세' 등 세정, 방향은 있나

지난해 말 불거진 담뱃세 논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담배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처음 부과했다. 이에 따라 한 갑에 2500원이던 담배는 종전보다 2000원 많은 4500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의 근거로 '국민건강'을 내세웠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금(연간) 2조8000억원 중 60%인 1조6000억원가량은 안전예산에, 나머지 40%는 지방재정에 각각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뱃값을 80%씩이나 올리면서 흡연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부나 지방의 부족한 재정을 메운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연말정산만 놓고 봐도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총급여가 5500만원이 넘지 않는 독신자가 대표적이다. 정부도 이들이 부양가족공제나 자녀 교육비·의료비 공제 등이 없을 경우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2010년 현재 4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살 정도로 1인 가구가 많고 저출산과 미혼 증가 등으로 갈수록 늘어날 것이 뻔한 상황이어서 역차별에 대한 이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한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고 자녀장려세제(CTC)를 도입했지만 부부합산으로 가구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넘는 경우엔 이들 혜택마저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부부 한 명 소득이 2000만원만 넘어도 이들 장려세제 혜택이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시립대 박기백 교수는 "'증세는 없다'고 하면서 법인세나 고소득 대상 금융소득세는 손보지 않은 채 대다수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근로소득세나 담뱃값 인상으로 증세를 꾀하는 것은 조세형평성 관점에서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증세가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조은효 예병정 박소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