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을 처음 쓴 이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년)다. 그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며칠 뒤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차이가 나중에 뜻밖의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된다.
국내 경제에서도 나비효과가 종종 눈에 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집계할 때도 말썽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4%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 지출 둔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 그리고 단통법 시행을 그 이유로 들었다. 단통법! 휴대폰 시장질서를 바로잡으라고 만든 단통법이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줄은 미처 몰랐다.
이번엔 단통법보다 더 센 놈이 나타났다. 윤달이다. 지난주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4분기 성장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윤달을 꼽았다. "보통 4·4분기에 전체 결혼식의 40%가 집중되는데, 지난해엔 윤달이 끼면서 결혼식 1만5000건 정도가 미리 열리거나 미뤄졌다"는 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음력 9월 윤달은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다. 윤달이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될까. 정 국장은 "구체적으로 퍼센트를 말하긴 어렵지만 윤달 효과가 단통법 효과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하긴 평균 수천만원대 결혼식에 비하면 단말기는 푼돈이다.
달(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음력 열두달은 양력보다 11일가량 짧다. 이 간극을 메우려 3년에 한달, 8년에 석달꼴로 윤달을 끼워넣는다. 윤달의 나비효과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얘기다. 언제부터 한국 경제가 윤달을 눈치보는 신세가 됐을까. 성장률이 3%대로 풀썩 주저앉으니 별게 다 신경 쓰인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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