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청와대로선 비록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지만 주요 국가 중대사를 놓고 자칫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속에 적극적인 반박을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신구정권 정면 충돌하나…靑 유감 표명
보수정권이라는 동질감에도 불구, 주요 국가 현안을 놓고 신구권력이 갈등을 빚는 것 자체가 큰 파장이 예상되며,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여권내 잠복해있던 친박근혜계 대(對) 친이명박계간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우선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단호한 어조로 "유감"을 표시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예고없이 기자실을 찾아 세종시 추진이 2007년 대선공약이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도 세종시 공약 이행을 약속하면서 박 대통령의 유세 지원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정운찬 대망론' 견제 주장에 대해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선 유감"이라며 "세종시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총리 견제론의 경우 근거없이 나온 정치공학적 발언이며 국가통합나 여당내 단합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가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수단으로 폄훼되는 것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고록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비밀접촉의 내용이 상세하게 언급되는 등 남북관계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선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언론에서 많이 있고, 저도 우려된다"라고 했다.
광복 및 분단 70주년을 맞아 통일대박론과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기조를 토대로 평화통일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하면서 남북간 대화모드 재개를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와중에 북한의 반감을 살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노출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그러면서 "(남북간 비밀접촉 움직임은)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 정부에서는 외교정책은 투명하게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방금 얘기한 그런 막후, 이런 불필요한 오해는 안 하는게 좋겠다"며 전 정권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대로 떨어지면서 회고록 논란의 확산을 미리 차단하지 않을 경우 국정동력 회복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적극적으로 '방어선'을 펼쳤다는 시각도 있다.
■'휘발성' 큰 개헌 입장 피력시 정국경색 우려
특히 이 전 대통령측이 이날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구제 개편이나 헌법개정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있을 것임을 예고, 파장이 예상된다. 개헌론은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하는 '블랙홀'로 규정하고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차질없는 이행을 통한 경기회복에 국정 동력을 집중해온 만큼 개헌 공론화시 전·현직 대통령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측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선거구역 개편이라든지 개헌이라든지 이런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등 정치권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만간 직접적으로 밝힐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등 각종 파동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다 금융위기의 지속 등 대내외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비사도 모자라 파급력이 높은 개헌 문제 등까지 공론화를 시도할 경우 정국이 대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특히 개헌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칫 이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기 위한 수순이나 전·현직 대통령의 의견 충돌로 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그건 전임 대통령으로서 맞지도 않고,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의사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추가 회고록이 될지, 직접 말씀을 할지 확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여권으로선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회고록 발간이나 개헌론 언급 예고 움직임 등을 볼 때 무언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만일 어떤 형태로든 개헌을 언급하게 되면 신구 정권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고 여권내 친이-친박간 갈등도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뤄졌던 박 대통령과의 몇 차례 단독회동이나 비사를 언급한다면 정국 경색이 심화될 수도 있다.
여권이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수용한 것은 물론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적 기조를 이어가는 등 전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이 전 대통령의 행보도 그만큼 적극적이고, 공격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선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등 전 정권의 대표적 국정과제에 대한 공세수위가 높아지면서 '본능적인' 자기방어적 성격의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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