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통해 방송 사실상 직사채널 가진 셈
인터넷TV(IPTV) 사업자는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채널(직접사용채널, 직사채널)을 운용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국내 최대 IPTV사업자인 KT가 자회사를 통해 사실상의 직사채널을 운용중이어서 편법방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현재 자회사인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IPTV 가입자를 늘리고 있어, 방송법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 제한도 편법으로 피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채널사용 규정까지 편법으로 어기고 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KT, 직접 프로그램 만들어 자회사 채널로 방송
3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KT는 IPTV 서비스인 올레tv에서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운용하는 3번 채널을 통해 또 다른 자회사 KT미디어허브가 제작한 프로그램 가이드 방송을 편성·방송 중이다.
다음달에는 KT미디어허브가 KT에 합병되기 때문에 KT 본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해 자회사의 채널을 통해 방송하게 되는 것이다. 현행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법(IPTV법) 제21조 1항에는 IPTV사업자는 자사 방송플랫폼에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직사채널 권한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KT의 올레tv 채널 3번은 kt스카이라이프 소유로 돼 있기 때문에 이 법에 직접 저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KT스카이라이프는 KT가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KT가 직사채널을 운용하는 셈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IPTV법 피해 편법 직사채널"
올레tv 3번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프로그램 가이드는 모두 KT스카이라이프가 직접 혹은 외주제작한 것으로 올레tv에서 제공하는 주문형비디오(VOD) 소개방송이다. 영화, 장르 별 추천 VOD, 육아 콘텐츠 등에 대해 진행자들이 나와서 분석하고 추천하는 형식이다.
방송 안내 프로그램은 사실 시청자 편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IPTV법이 직사채널을 금지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방송 사업자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 영세한 프로그램공급업체(PP)들이 대형 방송사가 만든 프로그램에 밀려 채널배정 등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만들어진 조항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방송사업자가 자사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 등 특정 방송 콘텐츠만 선별해 불공정하게 방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B tv를 처음 켤 때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 화면'이 나오고 있으며 LG U+의 tvG는 진행자 없이 영상만 틀어주는 가이드 프로그램이 31번에 나오고 있다.
특히 올레tv는 셋톱박스를 껐다가 다시 켤 때 자사 VOD서비스를 소개하는 채널 3번이 자동으로 첫 화면으로 설정되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법에 저촉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올레tv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활용해 특정 콘텐츠를 선별해 방송하는 것이다. IPTV법이 직사채널을 금지한 배경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유료방송 사업자별로 목적이 달라 법 규정이 다른 것인데, KT는 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각 사업자별로 적용되는 규제를 매번 피해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KT 측은 "셋탑을 2시간동안 껐다가 켤 경우 가이드채널로 돌아가는 이유는 이전에 보던 채널로 돌아갈 의지가 없는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자회사 통해 가입자 규제도 빠져나가
사실 KT가 자회사를 통해 방송시장의 규제를 우회적으로 피해다니고 있다는 지적은 직사채널뿐이 아니다. IPTV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이상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IPTV법에 규정돼 있는데, KT스카이라이프와 결합상품을 만들어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방송사업자 가운데 위성방송은 유일하게 가입자 수 규제가 없다. 이 점을 이용해 KT는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를 결합한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KT 측은 "OTS는 소비자선택권을 늘리기위한 서비스"라며 "당장 합산규제가적용된다면 기존고객을 탈퇴시키거나 사업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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