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거래를 촉진하고 서민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정책이 삐걱거리고 있다. 일선 지자체를 통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왜곡되거나 제때 시행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올해 초부터 반값중개료 제도를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중개료를 현실에 맞게 손질한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안'을 지난해 말 확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조례를 고쳐 올해 초부터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개선 내용은 6억∼9억원 주택 매매 때 중개료율을 종전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3억∼6억원의 전셋집은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각각 내렸다.
그런데 조례를 고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국토부 권고안을 조례에 담기 위해 경기도가 도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도의회에서 일부 내용을 왜곡했다. 원래는 '거래금액의 몇 % 이하'로 상한을 정해 협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도의회 소위원회안은 '이하'를 삭제해 협상의 여지를 없앴다. 고정요율제로 분쟁의 빌미를 차단하자는 게 표면적 이유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들고 있어났고, 경기도도 재의 요구는 물론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고정요율제는 경쟁을 제한해 담합효과를 부른다고 유권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요율제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화될 공산이 커졌고, 이러는 사이에 국민만 골탕을 먹게 됐다.
국토부는 이사철 국민불편을 고려해 연초부터 개편된 중개료율을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조례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기도의회의 고정요율제 논란은 다른 지자체들의 눈치보기로 이어지며 시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사철을 맞았지만 거래를 앞둔 소비자는 중개료 인하를 기다리다 속이 타들어간다.
이번 중개료율 개편은 특정지역이 아닌 전국이 대상이어서 같은 내용으로 동시에 시행되는 게 맞다. 그런데 시행권이 지방으로 이양돼 지자체별로 조례로 규정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이다보니 시기 따로에다 내용 왜곡까지 적지 않은 혼선과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아무리 권한이 지방에 넘겨졌다 해도 중앙정부에서 정해진 방침이 일선 현장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는 상황은 문제다. 권한을 중앙정부로 돌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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