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구속된 직원 해고때도 진술 기회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3 17:31

수정 2015.02.23 22:27

해고처분 무효 원고 승소.. 법원 "절차 지키지 않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직원이 구속됐더라도 회사가 징계위원회를 통해 해당 직원에게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내린 해고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징계 대상자가 구속상태로 사실상 출석이 불가능하더라도 서면진술 등을 통해 진술권을 주는 것이 정당한 징계절차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A씨(37)가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대기업 B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B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A씨는 2013년 5월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동료 여직원 C씨를 비어있던 자신의 부모집으로 데려가 간음하고 상해를 입히게 한 혐의(준강제추행치상)로 C씨의 고소에 따라 같은 해 7월 구속됐다.

A씨가 구속된 지 5일 후 회사는 징계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이어 2주일 뒤 구치소를 찾아가 '구성원 대상 성폭력 및 성추행'이라고 기재된 '징계처분통지서'를 교부했다.

하지만 A씨에 대해 형사법원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8월 무죄가 확정된 직후 A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선 이번 소송에서 B사가 징계의결서로 제출한 증거의 내용이 당초 B사가 밝힌 징계사유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수감생활을 하던 A씨에게 제시한 징계사유는 고소장과 구속영장 내용을 근거로 한 '성폭력 및 성추행'이었는데, A씨가 무죄판결을 받자 판결취지에 따라 '구성원으로서의 품위 손상 및 사내 질서 문란' 등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소송에서 제출된 증거는) 무죄판결 취지에 따라 B사가 사후에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는 B사가 A씨에게 징계위 개최 사실을 통지하지 않는 등 징계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중대한 하자"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속상태였던 A씨가 징계위에 출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B사 주장에 대해서도 "서면으로도 진술이 가능하고, 노동조합 대표를 출석시켜 진술토록 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고 무효 판결에 따라 재판부는 B사가 해고 시점으로부터 복직 때까지 A씨에게 월 11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