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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인가, 이상주의자인가… 이슬람 바로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5 16:40

수정 2015.03.05 16:44

테러리스트인가, 이상주의자인가… 이슬람 바로보기

21명을 집단으로 참수하고 산사람을 철창에 가둬둔 채 불을 지른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잔인한 사건을 접한 적은 없다. 검은 복면을 쓰고 단도를 들고 선 사람들.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지는 이슬람국가(IS)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왜 이렇게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는 걸까.

최근 출판계에 이슬람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마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9·11 사태 이후 계속되는 무슬림들의 반란. 대체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잔인한 집단으로 만드는가.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다룬 책들을 모아봤다.

테러리스트인가, 이상주의자인가… 이슬람 바로보기


'이슬람 전사'(한겨레출판 펴냄)와 '이슬람 불사조'(글항아리 펴냄)는 국제 분쟁과 테러의 전문가인 저자들이 IS에 대해 심층 분석한 책이다.

'이슬람 전사'의 탄생은 국제 분야 선임기자인 저자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부터 IS의 탄생까지 지난 35년간 이슬람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자세히 추적한 책이다.
1979년부터 10년간 진행된 아프간 전쟁, 그 이후 빈 라덴과 알카에다의 성장, 탈레반의 부상 원인과 과정을 상세히 따라간다. 책의 말미에는 '테러와의 전쟁'을 조명한다. 9·11 테러에 대한 신호가 여러 차례 감지됐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백악관, 9·11 이후 알 카에다와의 연관성이 없는 이라크 침공에만 혈안이 됐던 네오콘의 상황 판단의 전모를 살펴다. 오바마 취임 후 미국은 결국 빈 라덴 제거에 성공하지만 이것은 IS 탄생의 계기를 만든다. 알 카에다 이라크지부는 '이라크이슬람국가(ISI)'로 이름과 조직을 바꿔 새롭게 시작한다. 이후 ISI 지도자 바그다디가 시리아 내전을 거치며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를 만들고 ISIL은 2014년 6월 IS를 선포한다.

테러조직 전문가인 로레타 나폴레오니가 쓴 '이슬람 불사조'는 IS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IS가 단순히 '과격 테러조직'이 아니라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최고 통치자) 국가 건설'을 꿈꾸는 '국가 지향적 세력'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칼리프 국가에 대응하려면 '전쟁 이외의 수단', 즉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제3의 길은 교육, 지식 그리고 변화가 빠른 정치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IS 탄생의 배경이 된 중동 국가의 오래된 종파 대립, 아랍 민족주의와 서구의 갈등, 칼리프에 대한 해석 문제, 천연자원 쟁탈, 아랍 보수 왕정과 강대국들의 대리 전쟁터와 같은 문제를 심층적으로 짚어낸다.

이슬람과 테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책들도 눈에 띈다.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시대의창 펴냄)은 IS와 이슬람의 역사를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바라본다. 이 책은 IS가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일 수 있다는 성찰에서 시작한다. 중세까지 세계사를 주도했던 이슬람 문명이 근대화에 뒤쳐지면서 서구 문명국가들의 식민지로 전락했고 서구적 가치를 삶의 지향점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괴물로 여겨지게 됐다는 것. 따라서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에서 시작된 테러와 전쟁은 문명 갈등이 아니라 경제, 정치의 힘의 불균형에서 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책은 서구와 비서구, 기독교와 이슬람, 남성과 여성 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성과 이슬람, 전쟁, 테러의 역학관계에 주목한다.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 펴냄) 역시 같은 주제에서 출발한다.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이 지난 1월 프랑스 파리 주간신문 샤를리 에브도사에서 발생한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교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을 지닌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을 풍자하는 만평을 실은 샤를리 에브도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죽였다. 지젝은 이미 '예수는 괴물이다' 등의 저서를 통해 기독교를 분해하고 비판했던 인물. 그는 이 책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와 서구 자유주의를 비교하며 이 두 세력은 상대를 견제하며 서로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는 IS에 합류하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프랑스는 9·11 테러 이후 미국처럼 우경화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것은 역설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자신이 우월하다는 진짜 확신이 없듯,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지킬 만큼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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