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어떻게생각하십니까] '퍼피독 서비스' 을(乙)의 의무인가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6 15:44

수정 2015.03.26 15:44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4)는 주말을 맞아 모처럼 친구들과 외식을 하기 위해 시내에 있는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았다. 아르바이트생을 부르자 그는 무릎을 꿇고 메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갑작스런 직원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왕이 된 듯한 느낌에 뿌듯했다.

'땅콩 회항' '백화점 모녀 사건' 등으로 다시 불붙은 '갑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약자의 인격을 짓밟는 '갑'의 횡포가 재벌, 기업가, 고위공직자 등 일부 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를 내린 상황이라는 점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해 보도된 '손님은 정말 왕인가요? 감정 상하는 감정노동자들' 후속으로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퍼피독 서비스(puppy dog), 을(乙)의 의무인가'로 정하고 실태를 짚어봤다.


퍼피독 서비스는 고객에게 주문을 받을 때 종업원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고객과 눈높이를 맞춘 서비스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감정 노동'의 일종이라는 비판도 있다.

■"고객과 눈높이 맞추는 것…문제 없다"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씨(25)는 "무릎을 '꿇는다'기 보다는 고객과 눈을 맞추기 위해 '몸을 굽힌다'고 생각한다"며 "고객들이 앉는 의자가 높지 않아 오히려 서서 응대하면 더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은 이모씨(27·여)는 "처음에는 이런 서비스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오히려 눈을 보며 이야기하니 친근감도 들고 하나의 특화된 서비스라는 느낌이 든다"며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좀 더 친절하게 응대하게 되더라"고 흐뭇해 했다.

패밀리레스토랑을 즐겨 찾는다는 조모씨(39·남)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느낌이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곤 하는데 이런 서비스를 통해 대접받는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털어놨다.

과거 패밀리레스토랑 간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나온 퍼피독 서비스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수준급 고객 서비스를 대변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굳이 무릎 꿇을 필요가 있나.. '과유불급'"

반면 이 서비스에 대해 '과도하다'며 손사레를 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손님은 왕이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굴욕적인 자세가 아니냐는 반론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제공자의 인권 침해도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8개월 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일한 김모씨(24·여)는 "처음 서비스 교육을 받을 때 이 자세로 주문을 받으라는 오더를 받았다"며 "아르바이트생이어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려 했는데 어떤 서비스를 해도 메뉴판을 던지는 등의 막말 손님을 볼 때면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모씨(35·남)는 "최근 사회 전반에 갑질 횡포로 말이 많은데 (퍼피독 서비스는)사실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굳이 해야하나 싶다"고 꼬집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이름처럼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과도한 서비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인석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퍼피독 서비스는 과열된 경쟁때문에 '최고의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외적 신호를 보여주는데 급급해 나온 서비스로 보인다"며 "감정노동은 내 기분과 관계없이, 오히려 자기 기분이나 생각과는 반대로 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는 이런 비판에 대해 매장별로 자율적으로 이뤄진 서비스인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정책상 정해진 것은 없고, 만약 (서비스가) 있었다면 주문 받을 때 앉으며 나온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시대 흐름상 과한 서비스라는 지적이 있어 권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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