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레저] 벚꽃 필무렵, 그대를 생각하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2 17:59

수정 2015.04.02 17:59

창원 저도 아기자기 산책길
저도 연륙교에선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도 연륙교에선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도 비치로드는 코스별로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바다와 섬을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다.
저도 비치로드는 코스별로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바다와 섬을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다.

마산항이 내려다보이는 가고파꼬부랑길에서는 형형색색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산항이 내려다보이는 가고파꼬부랑길에서는 형형색색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 창원(경남)=조용철 레저전문기자】나뭇가지마다 생명이 피어나고 있다. 봄꽃이다. 봄꽃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화려한 자태를 하나 둘 드러낸다. 봄꽃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꽃이 바로 벚꽃이다. 벚꽃 없는 봄은 상상하기 힘들다. 벚꽃과 함께 각 지역에는 봄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출발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에서 펼쳐진다. 36만여그루의 벚나무가 도심 전체를 꽃 향기로 물들이는 진해군항제다.

진해.. 대표 벚꽃축제 군항제 10일까지

대한민국 대표 벚꽃 축제인 제53회 진해군항제가 오는 10일까지 중원로터리를 비롯해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진해 군항제는 '꽃.빛-희망'을 주제로 '군항의 도시, 벚꽃향에 물들다'를 슬로건으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예전 군항제는 충무공 동상이 있는 북원로터리에서 추모제를 지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1963년부터 문화예술행사, 세계군악페스티벌, 팔도풍물시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과 함께 아름다운 벚꽃과 어우러지는 축제로서 면모를 갖췄다.

이 기간동안에는 평소에 출입하기 어려운 해군사관학교와 해군 진해기지사령부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해군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는 벚꽃 구름 명소다. 입구부터 이어지는 2㎞의 길을 따라 양 옆으로 수령 100년 이상 된 벚나무가 늘어서면서 하얀 벚꽃이 비를 뿌린다. 수령이 100년 넘은 벚나무 군락을 배경으로 군악의장 페스티벌도 장관이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여좌천으로 길이 1.5㎞ 천변을 따라 벚꽃 터널이 이어지면서 벚꽃 축제 내내 벚꽃잎이 펑펑 쏟아진다. TV드라마 '로망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물가로는 노란 유채꽃이, 파란 하늘 아래엔 하얀 벚꽃이 만발한 여좌천변을 걷다보면 아치형 나무다리를 만나는데 이것이 '로망스 다리'다.

경화역도 빠질 수 없다. 화려하게 핀 벚꽃 사이로 지나가는 열차 사진은 진해 군항제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다. 88년을 달려온 진해선 열차는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경화역에서 세화여고에 이르는 800m 벚꽃터널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소담한 역사와 철길 주변이 온통 벚꽃이다. 선로변을 걸으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창원 저도 가고파꼬부랑길 등 볼거리 많아

창원시 구산면 구복리에 위치한 저도는 섬의 모양이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도라고 부른다. 북동쪽 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작은 만입이 발달해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저도 비치로드는 저도 연륙교와 구산면 일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해안선을 따라 남해안의 빼어난 경관을 보며 완만하게 걷는 하이킹 코스로, 멋진 바다 풍경과 숲속 힐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인공적이지 않은 숲 길, 흙 길을 따라 걷다보면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길 곳곳에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어 쉬엄쉬엄 걷기도 좋다. 길을 걷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의 풍경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멀리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볼을 어루만진다.

저도에 우뚝 솟아있는 용두산 정상에서 보면 저도 연륙교와 바다, 남해안의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쪽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끼면서 목조 데크길, 부드러운 흙길, 계단길 등 다양한 길을 걷게 된다. 코스별로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바다를 좀 더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저도 연륙교는 나란히 2개의 다리가 있는데 모두 같은 이름이다. 지난 1987년 세워진 구교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리며 보행자 전용 다리로 이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해 연인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장미꽃 100송이를 건네며 청혼을 하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했던 모습도 볼 수 있다.

돝섬해안도로에서 시립박물관과 문신미술관을 거쳐 가고파꼬부랑길까지는 최근 들어 눈이 심심하지 않은 도보여행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가고파꼬부랑길은 마산항이 내려다보이는 벽화마을이다. 창원의 주요 풍경과 바다, 항구, 갈매기, 고깃배 등의 심벌이 형형색색으로 수놓아진 다양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입구와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지역작가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이 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경남미술협회 소속 32명의 예술가들이 4명씩 8개팀으로 나눠 팀별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가고파꼬부랑길을 찾을 땐 마을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필수다.


가고파꼬부랑길 인근 언덕에 있는 문신미술관에선 마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문신미술관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곳. 문신은 우주의 생명과 운율을 시각화한 작가로 평가되며, 그의 작품 세계는 간결하면서도 풍만한 선, 그리고 다양한 재질로 우주의 생명성을 대칭과 비대칭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문신 선생이 직접 1994년부터 14년 동안 만든 미술관으로 290여 점의 조각품, 유화 등이 소장돼 있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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