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올해 들어 급상승한 루블화 가치가 오히려 러시아 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루블화 환율은 달러당 50.894루블을 기록, 올해 들어 가치가 12.6%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지난 한해 46% 떨어진 것과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은 캐리트레이드 목적으로 러시아에 들어오는 해외자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해당 통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현재 러시아 기준금리는 연 14%로 올해 들어 3%포인트 떨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말 10.5%에서 루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17%로 대폭 인상했으나 올해 들어 2차례의 인하를 단행했다.
블룸버그가 자체 추산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루블화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은 22%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 2위 수익률을 기록한 인도 루피화 캐리트레이드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문제는 루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러시아 수출산업이 멍들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재정적자는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원유수출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말썽이다 보니 갈수록 수출 부문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설문을 통해 올 3월 러시아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대비 2.6%로 전월(2.5%)보다 늘어난다고 봤다.
러시아 정부는 당장 올해 1260억 루블(약 2조7014억원)어치의 루블화표시채권을 발행해 화폐가치를 떨어뜨릴 계획이다. 러시아 은행 로스방크의 에브게니 코셀레프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내 1조루블 이상의 루블화표시채권을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투자사 알파캐피탈의 블라디미르 브라긴 조사담당대표는 "루블화로 표시된 원유가격이 이미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환율은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 러시아 정부가 거시적인 경제 안정성을 위해 재정적자폭을 제한하고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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