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루블화 급등세에 러시아 전전긍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2 17:12

수정 2015.04.12 22:00

작년 40% 넘게 폭락했다 올들어 10% 넘는 상승세
러, 수출경쟁력 하락 부담 시장선 '반짝 상승' 전망



루블화 급등세에 러시아 전전긍긍?

러시아 루블화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40% 넘게 폭락했던 루블은 올들어 10% 넘는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의 천덕꾸러기에서 기대주로 탈바꿈했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수출경쟁력 하락을 야기해 되레 부담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루블화 오름세가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루블화 가치 5일 연속 상승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루블은 달러에 대해 5일 연속 상승하며 달러당 50.30루블까지 가치가 치솟았다.


러시아 중앙은행(CBR)의 구두개입으로 52.28달러로 다시 하락해지만 지난주 5% 넘게 상승했다.

루블은 지난해 유가 폭락,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제제재, 경기침체라는 '삼각파도'에 러시아가 휘청거리면서 46% 폭락했다. 외환시장에서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통화였다. 그러나 루블은 올들어 12% 안팎의 상승세로 상승폭 1위 자리를 꿰차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초 달러당 33루블에서 12월 한때 장중 최고 80루블까지 폭락했던 루블 가치는 지난주 52루블 수준까지 올라갔다.

CNBC,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루블 부활 배경으로 유가 하락세 진정, 우크라이나 사태 소강국면, 비교적 양호한 경제 흐름 등 3가지를 꼽고 있다.

지난해 공식적인 침체에 들어선 러시아 경제는 올해 3.5~5% 마이너스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붕괴로 치닫지는 않았다. 되레 경기 전망은 개선되는 움직임이다.

지난주 신용평가 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가 내년에 제로 성장을 할 것이라던 전망을 수정해 1.9% 플러스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 오름세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경기 하강세가 멈춘 것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상황 역시 소강 국면일 뿐 해결된 게 아닌데다 유가 역시 하락세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개입…루블 급반등 막나

CBR 움직임도 부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CBR은 "외환시장 상황 변화"를 이유로 13일부터 외환을 은행들에 공급할 때 금리를 소폭 인상한다고 밝혔다. 루블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시장개입이다. 지난해 루블 폭락을 막기 위해 1100억달러를 쏟아부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루블 상승세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정부 재정 수입을 감퇴시킨다는 점이 CBR의 시장개입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재정적자는 가뜩이나 국제유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원유수출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말썽이다 보니 갈수록 수출 부문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설문을 통해 올 3월 러시아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로 전월(2.5%)보다 늘어난다고 봤다.

러시아 정부는 당장 올해 1260억 루블(약 2조7014억원) 어치의 루블화표시채권을 발행해 화폐가치를 떨어뜨릴 계획이다. 러시아 은행 로스방크의 에브게니 코셀레프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내 1조루블 이상의 루블화표시채권을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의 드미트리 페트로브 외환전략가는 루블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50루블 선을 하향돌파하는 강세를 보이겠지만 중기적으로는 65~70루블 선으로 다시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 리자 어몰렌코도 "러시아는 아직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제재는 여전하다"면서 "전망을 수정하기 전에 몇 주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스크방크 애널리스트 라스 크리스텐슨은 좀 더 비관적이어서 "루블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리스텐슨은 "지난 수주일 동안 루블 강세 속도가 빨라진 것은 유가 흐름이나 전반적인 세계 금융환경을 감안할 때 정당화되지 않는다"면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더 가팔라지고, 성장 전망이 더 둔화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