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고령화 공포'
현대차 3년간 하청직원 중 20대 정규직 채용비중 1%
울산공장 평균연령이 47세 생산직 연봉은 1억에 달해 해외로 공장 옮길 수밖에
'1%'. 현대자동차가 최근 3년간 사내하청직원(생산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전체 인원 중 20대 근로자의 비중이다. 사실상 '제로(0)' 상태다. 현대차가 20대 생산직을 뽑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노사 합의에 따라 사내하청직원 4000명을 우선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표치를 채울 때까지는 20대 인력을 생산직 근로자로 채용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임금은 높고 노동생산성은 낮다 보니 현대차는 신규 공장 설립 시 국내보다는 해외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내에 새로 지어지는 공장이 없어 20대가 현대차 생산직으로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대차만의 고민은 아니다. 다른 대형 제조업체들도 날로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으로 채용 여력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고령화 공포가 제조업 현장을 엄습하고 있다. ■현대차 "20대 뽑고 싶어도 못 뽑아"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한 근로자는 총 3358명이다. 이 중 2838명(84.3%)이 사내하청근로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다. 나머지는 전문기술직 채용과 마이스터고 우수학생 선발로 뽑힌 경우다. 현대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신규채용 대신 특별채용 형태로 사내하청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2012년 7월 첫 사내하도급근로자 채용을 시작한 현대차는 올해 1162명을 추가 채용해 4000여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채용 약속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사내하청근로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 중 20대 비중이 절대적으로 작다는 것. 2838명 중 20대 근로자는 30명이 전부다. 전문기술직 채용과 마이스터고 우수학생 선발로 뽑힌 300명이 전부 20대인 점을 고려해도 30대 미만 근로자 비중은 11.6%에 불과하다. 사내하청근로자 출신 생산직의 임금은 신규 채용된 인원보다 높다. 사내하도급 경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내하청직원으로 수년간 근무해야만 정규직 채용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대부분의 인원이 30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을 뽑지 않으니 공장의 고령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00년 38세에서 2014년 47세로 상승했다. 평균 재직기간도 13년에서 19년으로 늘었다. 생산직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6년 전 60%를 상회하던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이 현재 38% 수준인 191만대에 불과한 이유다. 고연봉과 달리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HPV)은 27시간으로 체코(15시간), 중국(17.7시간), 미국(14.7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년 없는 제조업 현장 다른 대기업의 생산현장도 근로자 평균 연령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철강.조선.기계.화학.섬유 등 전통 제조업종 공장에서는 40~50대 근로자가 주력부대 역할을 맡은 지 오래됐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2013년 국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39.9세로 사실상 40대에 진입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섬유(42.7세), 철강(42.3세), 조선(42.2세), 기계(41.2세) 등 업종의 평균 연령은 이미 40세를 넘어섰다. 제조업 현장의 급속한 고령화는 경기침체로 채용 여력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연공서열제로 인해 근로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과 급여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급여체계가 생산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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