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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르메니아 대학살' 공식 발언, 터키 과거사 반성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100여년전 발생한 아르메니아 학살사건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터키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기 기념 미사에서 "지난 세기에 인류는 세 차례 거대하고 전례 없는 비극을 겪었다"며 "'20세기 최초의 대학살'로 여겨지는 첫 번째 비극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닥쳤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100주년 추모일인 4월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네르세스 베드로스 19세 타르무니 아르메니아 총대주교,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아르메니아 학살 사건은 19세기 말과 1915~1917년 2차례에 걸쳐 과거 오스만제국 내에서 벌어진 민족단위 학살사건이다. 특히 2차 학살의 경우 오스만제국은 당시 러시아 국경지대 인근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정치적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재 터키 동부 일대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

오스만제국은 러시아와 전쟁중이던 제1차세계대전 전반기에 최대 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을 해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메니아 학살은 서양의 집단학살 연구에서 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반면 터키는 이 참극이 당시 오스만 제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아르메니아인들이 가담하면서 발생한 내전으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희생자 수도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다고 맞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악을 숨기거나 부인하는 것은 상처에 붕대를 감지 않아 출혈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분별한 살육의 잔인성을 기억한다"며 "기억 상실은 상처를 곪게 하는 것과 같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의 기억을 기념하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터키 정부는 이날 앙카라 주재 바티칸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교황이 다시 '대학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한 데 이어 바티칸 주재 터키 대사까지 본국으로 소환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바티칸 주재 메흐메트 파카시 대사를 협의를 위해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교황이 역사를 왜곡하고 제1차세계대전에서 터키 국민이 입은 피해를 축소하고 있다며 교황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