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민주당 예비경선서 오바마에 패한 순간부터
2013년 국무장관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4년의 기록
자서전 '힘든 선택들'과 주변인 증언으로 엮은 'HRC'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지난 2012년 국무장관 시절 미국 매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 내린 힐러리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뒤를 따르고 있다.
'머리끈 연대기:112개국, 그리고 여전히 중요한 건 내 헤어스타일'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자신의 자서전 제목 후보 중 이 제목을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자서전 출간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털어놓은 말이다. "미국 국무장관으로 지내는 4년간 말 그대로 112개 국가를 여행했어요.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많았죠. 물론 머리에 신경을 쓸 여유조차 없었어요. 그냥 길러서 뒤로 넘기는 수 밖에 없었죠."(웃음)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하는 미국 제1외교관으로 4년의 시간을 보냈다. 4년 동안 그는 세계 112개국, 160만km를 여행했다.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만 87일에 달한다. 그 시간동안 힐러리는 자신의 경쟁 상대였던 오바마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로 변신, 자신의 명성, 인적 네트워크, 정치적 협상 능력을 이용해 미국의 대외 관계는 물론 자신의 이미지까지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08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오바마에 패배한지 6년 만이다. 힐러리는 이미 2016년 대선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로 지목을 받고 있다.
여기,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힐러리 본인이 직접 쓴 자서전 '힘든 선택들'(김영사), 또 하나는 힐러리의 친구, 동료, 지지자 등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HRC'(와이즈베리)이다. 두 책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8년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패배를 한 순간부터 2013년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날 때까지의 이야기다. 같은 시간이지만 힐러리가 바라본 자신의 4년과, 주변인이 바라본 힐러리의 4년간의 차이가 흥미롭다.
'힘든 선택들'에서 힐러리는 지난 4년간 자신이, 또는 미국이 거쳐와야 했던 수많은 어려운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힘든 선택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자신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준 경쟁자 버락 오바마의 비공식 초청을 받고 기자들을 피해 자신의 승용차 뒷자석에 누워 집을 빠져나가던 그날이다. 힐러리는 그날 오바마와 자신은 처음 소개팅에 나온 10대처럼 어색하게 마주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바마는 그녀에게 국무장관 자리를 제안한다. 뉴욕의 상원의원으로 남느냐, 오바마를 위해 외교관이 되느냐는 그가 겪은 힘든 선택들의 시작에 불과했다. 국무장관이 되면서 그는 더욱 많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잠재울지, 세계 금융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 이르는 넓고도 위험한 지역에 미군을 파병할 것인지는 정말 어렵고 고통스러운 선택이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그 선택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곧 우리의 모습이 된다." 힐러리가 거쳐온 많은 선택들의 중심에는 한가지 변함없는 신념이 있었다. 인도주의적인 마음과 국가를 사랑하고 국민을 위하는 진심이 담겼다는 것. 그가 자서전을 통해 가장 얘기하고 싶었던 것도 자신의 신념이 아니었을까.
'HRC'는 '폴리티코'지의 조너선 앨런과 '더 힐'지의 에이미 판즈가 힐러리의 친구, 동료, 지지자와 적들을 만나 200건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이를 엮어낸 책이다. 힐러리 자서전과 같은 사건들을 담고 있지만, 그때 힐러리의 선택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그녀는 국무장관직을 영리하게 수행하며 대권으로 가는 완벽한 디딤돌을 쌓았다. 그는 취임 초기 군사력, 경제력을 내세운 하드파워와 문화.외교를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파워를 적절히 조화시킨 '스마트파워 전략'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했고 미국인들의 3분의 2가 그녀의 국무장관직 수행에 만족했다.
저자들은 이제 미국은 그녀의 성공을 남편 인기 덕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룬 것임을 인정하게 됐다고 평가하며 그를 2016년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꼽았다. "힐러리는 국무장관직에 있는 동안 2016년을 대비해 폭넓은 지지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동맹자들을 정부, 민주당, 재계에 만들면서 힐러리 클린턴 정치 네트워크를 계속 구축해나갔다. 그녀는 출마를 숙고하면서도 행동 지향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위험을 계산할 것이며, 그렇게 후보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