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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전 증거조사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변호사비용 등 '부작용' 고려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0 14:29

수정 2015.04.20 15:54

소송을 시작하기 전 증거조사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 개선위원회'는 지난 14일 제3차 회의를 열고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민사소송 당사자는 본안소송에 앞서 상대방이 보유한 정보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게 된다.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중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1·2심에서 실제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지게 된다. 그만큼 사실심(1,2심)이 충실하게 운용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특히 유리

디스커버리 제도란 본안소송 전 증거조사 제도를 말한다. 민사소송 절차에서의 압수수색 제도라고 보면 된다.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상대방이 가진 자료 가운데 증거로 쓸 수 있는 자료를 강제로 찾아 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주로 개인이 국가나 의료기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로 상대방의 컴퓨터나 하드디스크, 이메일, 클라우드 데이터를 검색해 증거자료를 찾아내는 e-디스커버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제도는 분쟁을 조기에 마무리 짓는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 불리한 증거자료를 더이상 숨길 수 없기 때문에 본안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소송이 마무리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삭제 등 조작 흔적이 나타날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존 '증거보존 명령'과 유사한 '증거 유지 명령'이 함께 진행 되기 때문에 변형 되거나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는 '사안의 신속성'을 다투는 증거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송 전 증거 조사만을 담당할 별도 재판부도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정 안되면 비용 늘 수도

하지만, 법조계는 제도 도입에 앞서 철저한 검증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실제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증거자료를 찾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변호사와 검색업체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비용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증거자료를 미리 찾아냈다고 해도 조정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 그 만큼 비용이 추가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미리 증거 자료를 정리해볼 수는 있지만 과도한 변호사 비용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남아있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 국립대 로스쿨 교수는 "조정은 어느 한쪽이라도 재판을 원하면 본안 소송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절차나 비용이 중복될 수 있다"며 "특히 기업 간 소송 중 '영업비밀 침해'에 분쟁이 생길 경우 복잡한 입증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어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증거 인정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 불필요한 자료 검색과 그로 인한 영업비밀 등의 유출을 최소화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송 당사자를 대신해 상대방 회사의 컴퓨터 등을 열람해 증거자료를 찾아주는 이-디스커버리 전문업체 UBIC 한국법인 조용민 대표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경우에 따라 소송과 관련없는 영업기밀도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우수한 디스커버리 업체를 고용해 방어를 해야겠지만 법원에서 증거범위를 구체화해 불필요한 자료검색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