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집에 친구를 죽이고 암매장한 아이가 산다면…
![[공연 리뷰] '소년B가 사는 집'](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5/04/20/201504201753526257_l.jpg)
"나는 당신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못해. 우리 아들이 사람을 죽였단 말이야!" 엄마의 오열에 객석도 함께 눈물 바다가 됐다. 외딴섬같은 대환이네 집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시종일관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극장을 나와 현실의 대환이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 옆집에 열네살에 친구를 죽이고 암매장한 아이를 둔 집이 있다면, 스무살이 된 그 아이가 모범수로 출소해 보호관찰을 받으며 살고 있다면. 연극 '소년B가 사는 집'은 묻는다. 살인자 대환이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보여준다. 대환이를 향한 세상의 시선을.
무대 위의 집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대환이네를 바라보는 극의 시선은 냉정하다. 섣불리 대환이의 살인을 변명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죄책감에 허덕이는 대환이와, 대환이로 인해 고개를 들고 살지 못하는 이 집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년B는 6년 전 살인을 저지른 과거의 대환이다. 매일 밤 그 환영에 시달리며 잠못이루는 고통은 결국 대환에게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다. 대환이네의 공공연한 비밀을 알게되고 대환이와 맞딱뜨린 새댁의 비명소리는 사무치게 현실적이다. 눈물이 흐르는 건 살인자와 살인자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을 공감해서가 아니라 공감해 줄 수 없어 안타까운 탓이다. 아빠 역의 이호재와 엄마 역의 강애심의 담담하면서도 절절한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환의 물음에 선뜻 답을 주기 어렵다. "용서? 바라는 것도, 하는 것도 다 위선이야." 엄마의 외침에는 오히려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작품은 말미에 은근한 희망을 비춘다. 죽을 고비를 넘긴 대환이는 죽은 친구의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러 떠난다. 다행히도 전과자의 인권을 주장한다거나 용서받는 결말을 보여주는 식은 아니다.
극 중반에 덜 익은 감이 떫다며 뱉는 딸에게 "그런 애들이 지나면 더 달아진다"고 했던 엄마는 극의 말미에서 그새 달아진 감을 딸과 함께 나눠 먹는다. 오는 26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1만~3만원. 1688-5966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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