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무·내무장관 회의 10대 밀입국 방지안 제시
유럽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난민선 조난과 관련, 대대적인 밀입국 방지책을 함께 마련키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외무장관 및 내무장관들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 모여 지중해 난민 구조에 따른 부담을 주변국뿐만 아니라 EU 전체가 분담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회의에 모인 장관들은 난민 숫자를 줄이고 밀입국 중개업자들을 적발하기 위한 10대 계획안을 제시했다. 계획안에는 EU에서 진행 중인 난민 구조 프로그램 '트리톤'의 활동범위와 예산을 확대하는 조치를 비롯해 밀입국자 단속강화방안이 포함됐다. 난민들의 유럽 재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이나 국가별 난민 지원절차를 통합하는 문제 등도 과제로 꼽혔다.
아울러 이날 장관들은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인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밀입국 중개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벌인다고 합의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해당 작전이 밀입국선박들을 파괴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EU는 더 이상 실천 없는 약속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난민 사고 급증과 관련해 오는 23일 긴급 EU 정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EU가 이처럼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올해 들어 난민 인명피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와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이달 12일에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난민선이 뒤집혀 144명만 구조됐다. 당시 탑승객 숫자는 550여명으로 추정된다.
18일 밤에도 리비아에서 출발한 밀입국 어선이 이탈리아령 람페두사 섬 남쪽 193㎞지점에서 전복해 27명이 구조됐다. 카를로타 사미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21일 "해당 선박은 18일 오전 8시경에 리비아 트리폴리를 출발했으며 어린이를 포함해 800여명이 타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2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선 2척이 당일 조난신고를 했다고 알렸다. 양 선박에 탑승한 인원은 각각 100~150명, 300명으로 보인다. 같은 날 터키 서해안에서 출발한 난민선 1척이 그리스 로도스섬 앞바다에서 좌초해 최소 3명이 숨지고 93명이 구조됐다.
FT는 지난해 약 17만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건너갔으며 도중에 3000여명이 죽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올해 들어 이미 160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내전과 시리아 일대의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고향을 등지는 난민이 급증한 까닭이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는 50만~10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및 사하라이남 국가 난민들이 유럽행 배를 기다리고 있다.
렌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20여 년 전 보스니아 내전 중 학살사건을 못 본체 했지만 지금 또다시 눈을 감을 수 없다 "며 밀입국중개조직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비정부기구 회동에서 유럽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의 관문에서 고통스레 목숨을 잃는 희생자가 없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밀입국 중개업자들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