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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 반전 카드 노리는 與.. '친박 게이트'로 키우려는 野

여야 수사방식 격돌 與 "상설 특검법 충분" 野 "별도 특별법 만들자" 당청관계 구도변화 주목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여섯번째)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전격적인 사의표명에 대해 "국정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여섯번째)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전격적인 사의표명에 대해 "국정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성완종 리스트' 정국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표명 이후 2차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총리사퇴 여부를 놓고 공방의 초점이 모아졌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총리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 총리 거취 논란에서 벗어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리스트에 적힌 8명의 여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을 요구하며 '박근혜정부 게이트'로 판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의자에 대한 조사 방식과 관련, 상설특검에 따르자는 여당안과 별도의 특별법을 가동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도 충돌하고 있다.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대치정국이 정권 심판론과 수사방식 및 당청 구도개편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 반전 카드 노리는 與.. '친박 게이트'로 키우려는 野


■'친박 권력형게이트'로 확전

이 총리의 사임표명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다르다.

야당 지도부는 이 총리의 사임표명에 대해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여당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며 숨고르기에 나섰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실세들에 대한 비리의혹 여파가 가져올 파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1일 광주 금호동 금호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지원유세를 벌이던 중 기자들과 만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이 총리의 사퇴는 공정한 수사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8명에 대해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면서 이 총리 사임을 시발점으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개인 비리로 한정짓지 않고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정당성과 맞물린 정권 차원의 비리라는 식으로 외연을 넓혀 정권심판론으로 몰아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총리의 사퇴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태를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일단 이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장 다음주 예고된 4.29 재.보궐와 내년 총선에 미칠 파장이 한풀 꺾였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야당이 밀어붙였던 이 총리 관련 해임건의안이 연이어 이슈화될 경우 보수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것이란 우려가 컸으나 이 총리의 막판 사임 결심으로 해임건의안 관련 논쟁이 소멸됐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이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반전 카드가 절실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다.

■상설특검이냐 특별법이냐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수사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샅바싸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음 주까지 이 총리 관련 해임건의안 관련 논의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지만 이 총리가 사의를 표하면서 수사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시급히 옮겨 탄 것이다.

일단 여당은 상설 특검법에 따라 진실규명을 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별도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특검을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야당은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상설 특검법대로 하면 되는데도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든 사건을 질질 끌어보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이 동의한다면 언제든 특검 도입에 합의하고 준비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검찰 수사에 한정하자는 입장을 견지할 경우 야당의 공세에 휘둘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특검 도입까지 수용 폭을 넓혔지만 야당의 특별법 주장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청관계 구도변화 오나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귀국하면서 기존의 당청 관계도 대변화를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출국 전 김무성 대표와 긴급회동을 통해 귀국 후 결론을 내는 것으로 중지를 모았지만 이 총리의 자진 사임표명으로 청와대 위상이 사실상 떨어졌다. 다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단에 따른 게 아니라 이 총리 스스로 거취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당청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 총리가 20일 밤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배경으로 새누리당 핵심부의 의견이 상당수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당청 관계가 당 주도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책조율을 하는 선에서 당청 관계에 변화가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계파논쟁 중심으로 당청 관계가 뒤바뀔 경우 국정운영 난맥상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되는 여권 실세 대부분이 친박근혜계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오고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