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타이밍도 명분도 잃은 정치파업.. 민노총, 최대조직 이탈 충격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2 17:33

수정 2015.04.22 18:11

현대차 노조, 24일 민노총 총파업 불참 시사
현대차 노조원들 부정적, 윤갑한 사장도 불참 호소.. 지도부만 참여할 가능성
노동개혁 논의 일시중단, 파업할 명분도 딱히 없어 부품업체 지부들도 주저

타이밍도 명분도 잃은 정치파업.. 민노총, 최대조직 이탈 충격

【 울산·서울=김기열 김성환 김서연 기자】 "이번 파업은 타이밍이 애매해 보이네요. 위쪽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조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고민에 빠졌다. 최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24일 총파업에 동참을 요구했지만 참여할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파업 하루 전인 23일까지 참여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아예 참여를 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500여명의 노조 간부만 파업에 형식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지부가 전면 불참을 선언할 경우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민노총이 내건 파업 의제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세월호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 폐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등이다.
하지만 현재는 '성완종 리스트' 사태 이후 사실상 노동법 개정 등은 소강상태에 있어 파업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정치파업 곤란"

현대차 노조는 22일 소식지를 통해 "민노총이 정국의 흐름을 무시한 채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억지 파업을 강요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 강행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고 있으나 공식 입장 발표를 유보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 노조의 조합원 대다수가 '정치파업'에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어 노조 지도부가 이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조합원의 의견을 더 수렴한 뒤 23일 확대운영위원회의를 열고 총파업 참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의 불참 분위기를 감지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20일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아 총파업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4만7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최대 조직인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에 불참할 경우 예하 15개 계열사와 수많은 부품업체 노조의 불참으로 이어져 파업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파업 참여 노력에도 '정치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정서를 고려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민노총이 현재의 유동적인 정세를 외면한 채 총파업만 외치고 있는데, 이는 명분에 집착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사측 "고객과의 약속 지켜야"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이번에도 담화문을 내고 파업에 동참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오랜 기간 현대차 노조 임단협에 참여해 온 윤 사장은 협상이 합리적으로 되지 않을 경우 실리적 측면에서 노조 측에 공식 입장을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 사장은 "현대차는 무책임한 상급 노동단체의 불법파업 지침에 따를 것이 아니라 생존과 고용 그리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민노총이) 현대차를 불법파업의 볼모로 내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으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심정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파업은 정권 퇴진과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 최저임금 1만원 요구 등 우리 근로조건과 전혀 무관한 대정부 투쟁용 정치파업"이라며 "더구나 노사정위원회가 무산됐고, 국회나 정부에서 (노동법과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어서 파업의 명분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우리의 생존권은 파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치열한 시장환경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업 동참을 주저하는 지부는 현대차 지부뿐만이 아니다. 현재는 정치권에서 노동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파업의 '구심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일부 지부는 아예 파업에 동참키로 하면서도 '월차'나 '병가'를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장에 폐를 끼치기보다 차라리 합법적으로 쉬고 상급단체 파업에도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한 부품업체 노조 관계자는 "총파업을 하더라도 이른바 '전국 전선'이 형성돼야 하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선 파업에 동참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일부 간부만 참여하더라도 여론이 좋지 않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상급단체의 총파업 동참 요청을 완전히 무시할 경우 민주노총의 조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대차 노조는 23일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파업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지역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지침을 내린 주.야간 4시간씩 전 조합원 동참은 아니더라도 노조 집행부 간부나 대의원과 강성 성향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기태 현대차 대외협력실장은 "지금은 고민 중이라는 정도로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23일 오전까지는 우리 노조도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kky06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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