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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문범석 파트장 "미사일 대신 불꽃에 꽂혀버렸죠"

[fn 이사람]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문범석 파트장 "미사일 대신 불꽃에 꽂혀버렸죠"


미사일 전문가를 꿈꿨던 그는 지금 불꽃을 만드는 화약맨이다. 밤하늘에 오색찬란한 불꽃이 터질 때 군중 속에서 새삼 행복을 확인한다. "불꽃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불꽃은 인류의 공통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자막 같은 것도 필요없어요. 하늘을 보며 모두 하나가 됩니다. 그 순간이 정말 좋습니다."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문범석 파트장(42·사진)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2000년 한화에 입사해 미사일·로켓 추진체 업무로 회사 일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한화가 시작한 사회공헌활동 '서울국제불꽃축제'를 현장에서 직접 본 건 2005년이다. 불꽃에 빠진 게 그때부터였다. 축제가 끝난 뒤 인사팀에 달려가 호기롭게 외쳤다. "불꽃 축제, 앞으로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후 3년뒤 불꽃팀으로 왔으니, 그의 불꽃 경력은 올해로 8년째. 그사이 불꽃쇼에도 꽤 변화가 있었다. "이젠 하늘에다 무작정 불꽃을 쏘진 않습니다. 음악에 맞춰 정교하게 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불꽃이 터지는 시점을 0.03초 단위까지 조정할 수 있어요. 미리 정확히 계산해 원하는 형태로 조준합니다."

축제 성격에 맞는 음악 선곡, 그 음악 비트(beat)에 맞춘 불꽃 디자인, 여기에 색과 조명, 소리를 입히는 전 과정은 그야말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다. 문 파트장은 이 거대한 하늘 무대의 연출가이고 제작자다.

"불꽃놀이는 질산칼륨, 황, 숯 등으로 만든 화약과 발연제, 색화제 등을 넣어 만든 별이 만나 이뤄집니다. 발사된 화약이 공중에서 폭발해 별을 대기 중으로 방출시켜요. 별은 둥근 박처럼 생긴 옥피 안에 들어가 있는데, 이 옥피는 컴퓨터가 미리 설정한 시각에 무선신호를 받아 하늘로 발사되는 겁니다."

불꽃 모양을 정하고, 별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예술에 가깝다. 옥피 안 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국화가 피어날 수 있고, 늘어진 버들 형상이 될 수도 있다. 녹색 불꽃을 원한다면 별에 바륨을 많이 넣어야 하고, 주황색 불꽃엔 칼슘이 들어가야 한다. 소리도 중요하다. 곱게 간 티타늄에 연소가 빠른 산화제를 섞은 가루를 피날레 불꽃에 넣으면 강한 여운과 함께 마무리된다.

문 파트장은 불꽃축제가 중요한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내에서도 이미 전국 곳곳에서 불꽃 축제가 연례행사로 열리고 있다. 문 파트장이 연간 관여하는 불꽃축제도 100회가 넘는다. 그는 앞으로 이런 축제가 유료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종의 관광상품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해외 수출의 꿈도 키우고 있다. "중동의 경우 200억원 가까이 투입해 초대형 불꽃놀이를 합니다. 그 행사를 유럽 화학사들이 독점하고 있어요. 우리도 그게 가능할 거라고 봐요. 우리 화약기술, 발사시스템으로 해외시장을 뚫고 싶습니다."

한화의 불꽃쇼는 당장 23일 저녁 경기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서 펼쳐질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 무대에서도 즐길 수 있다.
문 파트장은 개막 불꽃쇼를 20분가량 진행한다. 불꽃쇼 관람은 무대에서 가까운 곳보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귀띔해줬다. 가령 이번 쇼의 경우 정발산 정상이 그가 추천한 최고 명당 자리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