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홍보팀장 등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들이 검찰조사에서 일제히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필요한 부분에만 제한적으로' 칼을 대왔던 수사팀으로서는 방향전환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중대고비를 맞은 셈이다.
■입다문 '키맨'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3일 성 전 회장의 비서실장인 이 팀장을 참고인으로 재소환해 조사했다. 이 팀장은 전날(22일)에도 검찰에 소환돼 자정을 넘겨 조사를 받았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씨는 2000년대 초반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2012년 성 전 회장이 충남 서산·태안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다.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상실하자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그의 주요 일정을 관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팀장은 두 차례 걸친 조사에서 리스트 내용은 물론 존재 자체도 몰랐다는 진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핵심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도 마찬가지로 '모르쇠'로 일관한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검찰조사에서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궁했지만 "말할 것도 없고 목격한 것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성 전 회장의 돈 1억원을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씨(52)에 대해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 사옥의 지하주차장 폐쇄회로(CC)TV를 끄고 기밀자료를 빼돌리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긴급체포된 상태다. 수사팀은 박씨가 증거를 주도적·적극적으로 인멸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르면 내일 중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적인 침묵...검찰 묘수찾기 고심
검찰청 안팎에서는 박 전 상무 등 '성완종 측근 인물'들이 갑자기 입을 다문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성 전 회장이 숨진 직후 판도라의 상자라도 열 기세였던 그들이 갑자기 얼굴을 바꾼 셈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박 전 상무 등이 '말을 바꿔 탔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성 전 회장은 이미 숨진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박 전 상무와 이 팀장이 입을 열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저인망식 수사나 별건수사를 지양하겠다던 수사팀의 의지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두 사람의 '닫힌 입'을 조기에 열지 못할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됐던 특검론이 힘을 받으면서 재보선 등 정국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만큼 수사팀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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