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적정기술 나눔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3 17:23

수정 2015.04.23 17:23

[특별기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적정기술 나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가 제공한 개발도상국 지원예산(공적개발원조·ODA)의 연평균 증가율은 17.8%로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가운데 1위라고 한다. 정부의 올해 ODA 예산은 전년 대비 약 3600억원 증가한 2조3782억원에 달한다. 반세기 만에 이웃나라를 도와주는 국가가 됐을 뿐만 아니라 지원 규모를 가장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니 가슴 뿌듯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ODA는 사회 기초 인프라 구축, 공공교육의 강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ODA와 적정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적정기술이 현지의 재료와 적은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기술이면서도 그 지역 주민의 의식주 등 현실적 생계와 직결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한때 아이들의 놀이와 식수 공급을 연계한 '플레이 펌프(Play Pump)'가 적정기술 보급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플레이 펌프에서 잘 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효율이 낮고 유지보수가 어려워 고장난 채로 방치되는 등 현재는 보급이 중단됐다고 한다. 플레이 펌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개발도상국의 현실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적정기술 개발 때 현지의 기술 수준, 문화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면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현지에서 사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적정기술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현지 정부, 기업 등과 충분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때론 다양한 정보와 수단을 가진 국제기구와 공조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개도국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비교적 단순하고 유지하기 쉬운 기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는 이미 알려진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에 더해 선진국의 지원이 마중물이 돼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성할 수 있다면 개도국의 경제자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허청은 지난 2010년부터 개도국을 대상으로 특허정보를 활용해 적정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지식재산 나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허청이 보유한 특허문헌을 기초로 현지 상황에 부합되는 적정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맞춤 개량해 보급함으로써 현지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차드 지역에 보급된 사탕수수 숯 제조기술이나 캄보디아 간이정수기 등 의식주 관련 기술과 현지 소득증대를 위한 필리핀 건조 망고 제조기술, 아로마 오일추출기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허청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공동으로 4월 29일부터 2일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적정기술의 가치사슬 구축'이라는 주제로 적정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사업 추진 경험이 많은 몽골 및 에티오피아 특허청장과 WIPO 사무차장 등이 참석해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국가들은 아직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적정기술이 개도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가치사슬의 매개체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준석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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