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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트, 주변국으로 확산, 대규모 예금인출 벌어질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3 17:47

수정 2015.04.23 17:47

UBS 등 글로벌 금융사, EU 통화동맹 균열 등 탈퇴 허용 부작용 지적

그리스 위기 전염성은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22일(이하 현지시간) UBS를 비롯한 일부에서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24일 라트비아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72억유로 자금집행을 거부하면 그리스는 다음달 국제통화기금(IMF), 6월 유럽연합(EU)에 대한 구제금융 상환이 불가능해져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UBS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번은 "기본적으로 그렉시트 가능성은 믿지 않는다"면서 "금융시장은 그렉시트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이는 위험한 믿음"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1일 13%를 넘어섰지만 같은 날 스페인 10년만기 국채는 수익률이 1.48%, 포르투갈 10년물 국채는 2.12%에 그쳤다.

그는 이처럼 다른 수익률 흐름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QE)가 주변부 국채 수익률에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시장이 그리스 위기 전염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렉시트 충격은 어떤 식으로든 은행을 통해 전염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한 통화는 새로 발행되는 자체 통화로 대체되고, 새 통화는 기존 유로에 비해 낮은 가치를 갖게 된다.
리디노미네이션이다.

다른 유로존 지역 예금주들은 자국이 유로에서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할 수도 있지만 불안을 느껴 일단 예금을 뺄 수도 있다.

도노번은 "그저 예금을 빼서 현금으로 보유하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자국의 유로존 탈퇴 여부를 고심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유로존의 제로금리를 감안할 때 "유로 현금 가치는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리스의 탈퇴는 '되돌릴 수 없는 통화동맹'이라는 전제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고, 유로 탈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은행에 예금된 통화가 내일 유로가 될지 새로 발행되는 자국 통화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도노번은 결국 투자자들은 예금이 아닌 현금을 보유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주변부 은행들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지면서 그렉시트 충격이 주변부로 확산될 수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남유럽담당 애널리스트 안토니오 롤단 모네스도 ECB의 QE,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은행체질 강화 조처 등을 감안하면 그렉시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장 믿음도 타당한 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탈퇴 가능성이 일단 열리면 '불가역성' 전제에 대한 믿음이 붕괴된다"면서 "여기에 포퓰리스트 정당이 집권하거나 성장률이 하강하는 것 같은 문제가 생기면 유로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시장은 곧바로 여기에 베팅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네스는 특히 포르투갈의 경우 채무부담이 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130%에 이르고, 성장률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저조한 데다 은행부문 역시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주변부 국가의 개별 문제들까지 더해지면 시장 기대와 달리 그렉시트 충격이 주변부로 확산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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