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관람과 야외 나들이가 잦은 계절이 오면서 치맥(치킨+맥주), 콜라, 아이스크림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콩팥병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은 24일 "기온이 높아지면 치킨과 맥주, 콜라,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모두 인 함량이 높다"며 "인은 나트륨, 단백질, 칼륨과 함께 콩팥병의 '4적'으로 꼽히므로 콩팥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태양 에너지는 '아데노신 3인산(燐酸)'이라고 하는 결합 에너지(ATP)에 저장된다.식품으로 섭취돼 몸 안으로 들어온 ATP는 분해돼 ADP와 에너지로 나뉜다. 이 에너지로 생명체가 살아간다. ATP의 주요 구성 물질이 '인'이다. 그래서 모든 동식물에는 인이 존재한다.
인체의 경우 인의 약 85%가 칼슘과 함께 뼈 속에 들어 있다. 인은 뼈의 구성 성분이면서 동시에 호르몬 형성, 감각운동, 신경기능, 산-염기의 균형 조절 등에도 관여한다.
식품 속의 인은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다소 많은 인을 섭취해도 배출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콩팥병이 생기면 인을 원활하게 배출하지 못해 몸 안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콩팥병 환자의 하루 인 권장 섭취량은 800mg으로 일반인(1200mg)의 약 67%이다.
콩팥병 환자가 인을 권장량 이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 콩팥 기능이 떨어져 인을 원활하게 내보내지 못하면 혈중 인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면 인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혈중 칼슘이 계속 인과 결합한다. 그래도 인 농도는 잘 내려가지 않아 혈중 칼슘을 많이 소모한다. 둘째, 혈중 칼슘 농도가 기준보다 낮아지면 이를 부갑상선이 감지해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량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뼈 속 칼슘이 혈액 속으로 빠져나와 인과 결합한다. 뼈 속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면 골연화증이나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이들은 뼈 골절이나 부서짐의 주 원인이다.
셋째, 인과 칼슘 복합체는 혈액을 따라 근육, 혈관, 뇌, 심장 등 곳곳에 들러붙을 수 있다. 이것이 혈관 내벽에 붙으면 석회화에 의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한다. 관상동맥에 이 현상이 나타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콩팥병 환자들이 심혈관, 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과도한 인 때문이다.
식사는 물론 기호식품에도 인이 많이 들어 있어, 인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실천은 쉽지 않다.
한국지역사회영양학회의 '영양성분표'에 따르면 100g을 기준으로 인 함량이 많은 식품으로 말린 클로렐라(1536mg), 노가리(1493mg), 멸치(1429mg), 말린 홍합(1093mg) 등이 있다. 탈지분유(1014mg), 치즈(844mg) 등 유제품에도 많고 치킨, 쇠고기, 쇠고기 육포, 베이컨, 햄 등 육류 및 육가공품에도 많다. 콜라 한 캔(330mL)에는 32mg, 맥주 한 캔(355mL)에는 61mg의 인이 들어있다. 콩팥병 환자가 치킨 반 마리(650mg)에 맥주 1~2캔을 마시면 콩팥병 환자의 하루 인 권장 섭취량(800mg)에 육박한다.
특히 가공식품의 인이 문제다. 가공식품에는 주로 인산염의 형태로 인이 들어 있다. 인을 넣는 이유는 가공식품의 보존성과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가공식품은 식품 자체에 든 인 뿐 아니라 인산염 형태의 인까지 추가돼 콩팥병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채소 속의 칼륨은 물에 데치는 등의 방법으로 줄일 수 있으나 인은 줄일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콩팥병 환자들은 인을 배출하는 약(인 결합제)도 잘 복용해야 치료가 잘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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