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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 걸음] 방송사, 700㎒ 투자계획 먼저 밝혀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9 16:30

수정 2015.04.29 16:30

[이구순의 느린 걸음] 방송사, 700㎒ 투자계획 먼저 밝혀라

전 세계적 이동통신 황금주파수 700㎒ 대역이 결국은 지상파 방송용과 이동통신용으로 쪼개질 모양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30일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에서 700㎒ 대역 중 24㎒를 지상파 방송사들의 울트라고화질(UHD) 방송용으로 할당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주파수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가 내놓은 허울좋은 명분이다.

주파수가 친구끼리 사이좋게 나눠 먹는 떡도 아닌데…. 지상파 방송사들의 압력에 떠밀린 정부는 주파수 정책의 전문성 따위는 잊은 채 통신과 방송사에 사이좋게 나눠 쓰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주파수 정책의 앞뒤를 따져보자.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다. 국민의 재산을 이동통신회사나 방송사들이 빌려쓰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주파수를 빌려가는 기업이 몇 년간 투자비 얼마를 들여 어디에 쓸 것인지 미리 계획을 점검한다. 한 푼이 아까운 국민의 재산을 이동통신 회사나 방송사가 빌려가서 주머니 속에 넣어둔 채 낭비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동통신 회사들은 모두가 미리 투자계획을 밝히고, 계획대로 투자 진행이 되지 않으면 처벌도 받는다.

그렇다면 정부는 방송사들로부터도 투자계획을 먼저 받고 검토하는 게 주파수 분배 결정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700㎒ 주파수를 요구하는 명분은 국민들에게 UHD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케이블TV나 인터넷TV(IPTV) 같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집에 TV만 있으면 안테나를 연결해 일반 고화질(HD) 방송보다 4배 선명한 UHD 방송을 공짜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에 TV만 있어도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사들이 투자를 해야 한다. 이동통신 회사가 통신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국에 촘촘히 기지국을 세우는 것처럼 방송사들도 기지국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직접 보는 가구는 지난 2013년 현재 6.8%에 불과하다. 사실 나머지 가정에서는 안테나가 있어도 TV가 안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기지국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난시청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설마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 6.8%를 대상으로 UHD방송을 하겠다는 것은 아닐 게다. 정부도 전국 6.8% 가구에 UHD방송을 하라고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황금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에 나눠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 주파수를 요구하느라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보다 난시청 해소를 위한 투자계획을 밝히는 게 순서다.
그 투자계획이 타당하다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겠는가.

정부 역시 지상파 방송사들의 난시청 해소 투자계획을 받아 검토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주파수 정책의 앞뒤 순서 아니겠는가.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다.
국민은 자신의 재산을 누가 얼마나 대가를 내고 어디에 사용하는지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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