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아이디어와 실행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30 17:32

수정 2015.04.30 17:32

[여의나루] 아이디어와 실행

대학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지인이 우스갯소리라며 아마도 이 세상에서 의견일치를 이루어내기 가장 힘든 조직은 교수사회일 거란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지적소양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더구나 오랫동안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논리의 정연함은 물론 화술까지도 뛰어나기 때문에 여간해서 의견일치가 되질 않는다는 거다. 필자가 보기에도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교수사회라는 게 팀워크나 계량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일반 사회조직과는 많이 다를 터이니 일사불란한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다루는 공조직이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조직에서는 어떠할까? 아폴로 신드롬(Apollo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 가장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다소간 우수성이 떨어지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라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역할이 잘 어우러지고 일사불란한 팀워크가 발휘되면 그 집단이 더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아폴로 같은 우주선을 만들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팀의 경우 구성원 어느 누구도 설득당하지 않으려 하고,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각자 자신의 생각을 다른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이해시키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논쟁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등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데드락에 걸린다거나 정치역학적인 위험요소를 항상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 격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낯설지도 않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소식이나 세월호 진상규명위의 진전이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이 그렇다. 물론 이 두 위원회가 아폴로 팀처럼 명석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하나 시쳇말로 한창 뜨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경영논의 중 하나를 소개한다. 경영에 있어 달인에 속하는 마윈 회장과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공통적으로 선택하는 게 바로 일류 아이디어에 삼류의 실행이 아닌 아이디어는 다소 일류라 하기 어렵더라도 실행은 일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 비유일지는 모르나 그만큼 성공의 결정요소가 아이디어보다는 실행력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약간 불완전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지금 바로 빨리 실행하고 잘못을 발견하면 즉각적으로 고쳐나가는 유연한 조직이 항상 이기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지금에서야 회자되는 건 아니다. 1920년대 중국 계몽기시대 철학자인 호적(胡適)이 일찍이 얘기하였다. 정확한 연도는 불분명하지만 상하이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한 제목이 "지난 행역불이(知難 行亦不易)" 였다. 다시 말해 '아는 것도 어렵지만 실행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라는 뜻일 게다. 둘 다 어렵다고는 했지만 실행을 해야만 결실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아무렇게나 또는 잘 모르면서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은 당연히 경계할 점이다. 그럼에도 아는 것보다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데는 요즘 우리가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시대, 그리고 너무도 많이 알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알기 싫어도 많이 알게 해주는 정보화 시대이니 말이다. 옛 말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아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어렵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실행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감히 주장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저것 다 아는 똑똑함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아는 것이 있다면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