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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증권사의 설명의무, 금융지식 높은 투자자에게 완화 적용"

부도 위기였던 건설사의 기업어음(CP)을 판매해 투자자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던 증권사가 배상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은 투자 대리인이 이미 투자경험이 있고 증권사가 투자의 위험성 등을 사전에 설명했다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LIG건설에 투자했던 김모씨와 안모씨가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0년 우리투자증권의 권유에 따라 LIG건설이 발행한 2011년 5월 만기어음증권에 운용되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금전신탁계약권을 체결하고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친척인 정모씨를 대리인으로 세웠다. 그가 금융권에서 오래 근무했고 CP와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등으로 경영 악화를 겪던 LIG건설은 만기 2개월 전인 2011년 3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다음달 법원의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김씨 등은 "투자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위험성 높은 기업어음을 매수하도록 권유하면서 왜곡된 설명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증권사 측은 "투자대리인인 정씨의 투자 목적에 맞게 권유했고 LIG건설의 신용등급이 'A3-'인 점과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정보를 제공했다"고 맞섰다.

앞서 1·2심은 LIG그룹 차원의 LIG건설 지원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였는데도 우리투자증권이 설명자료 등에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부각하는 등 일반 투자자 처지에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설명을 왜곡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다만 정씨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해 1심은 우리투자증권의 책임을 60%로, 2심은 30%로 한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국산업은행 등에서 30년 이상 근무했고 금융투자에 대한 지식이 높은 대리인 정씨에게 우리투자증권은 LIG건설 CP의 신용등급과 함께 부도 위험,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고 LIG건설의 신용평가서를 교부했다"며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균형성을 상실한 설명을 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의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투자 설명서에 긍정적 요인이 강조돼 있다고 해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